[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이상한 결정타, 103-10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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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4강전 3국 하이라이트>
○ . 후야오위 9단(중국) ● . 이창호 9단(한국)

<장면1>=갇힌 흑 두 점이 잡힌다면 흑이 진다. 살아나온다면 외곽의 백이 잡히며 흑이 이긴다. 승부처다. 이곳 싸움의 승자가 대망의 결승전에 오르게 된다.

이창호 9단은 99로 꼬부리더니 101로 민다. 참 침착하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그러나 수 읽기가 강한 후야오위(胡耀宇) 8단은 감히 저항하지 못하고 102로 받는다. 순간 103과 105라는 지극히 평범한 수순이 판 위에 등장했고, 후야오위는 올 것이 왔다는 듯 어둡고 침통한 얼굴이 된다. 사실은 결정타를 맞은 것이다. 이곳 전투가 시작될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상한 결정타였다.

<참고도1>=102로 후다닥 두 점을 잡는 수는 없을까. 최강은 백1로 조이는 수다. 그러나 흑2, 4, 6의 선수를 거쳐 8로 끊어 조이면 이 백은 불과 세 수밖에 되지 않는다.

<참고도2>=105에서 백이 그냥 1로 잇는 것은 흑2가 기다리고 있어 안 된다. A와 B가 맞보기가 되는 것이다.

<장면2>=궁지에 몰린 후야오위는 106으로 하나 몬 다음 108로 이었는데 그나마 이게 최선이다. 그러나 107에 몰자 패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백? 두 점은 기둥말이니 반드시 살려야 한다. 그때 흑이 C로 따내 어마어마한 패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부담감의 차이다. 백이 이 패를 지는 날엔 바로 끝장이다. 우변 백까지 모두 잡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흑은 30집 정도의 대가만 찾으면 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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