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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새벽 규모 1.9 지진에 대전 시민들 놀란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13일 새벽 대전 소방본부에는 시민들 전화가 몰렸다. 40여명의 시민들이 "건물이 흔들렸는데, 무슨 일이냐", "지진이 발생한 것이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시가지이고 진원 깊이가 8.6 ㎞로 얕고
조용한 새벽이라 진동 느낀 사람 많아

또 이날 아침에는 '대전 지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소동은 이날 오전 3시 8분 대전시 유성구 남남서쪽 3㎞ 지점에서 규모 1.9의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 관계자는 "규모 2.0이 넘지 않으면 지진통보문을 내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의문 해소를 위해 별도의 통보문을 내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지진이 새벽에 발생한 탓에 발송이 지체됐다. 결국 통보문을 발송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지진이 규모는 작지만 진원의 깊이가 8.6㎞로 비교적 얕았고, 조용한 새벽 시간이라 예민한 사람들은 흔들림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모 작아도 진도는 클 수 있다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리히터 '규모'는 지진 발생지점, 즉 진원에서 나타나는 지진 에너지의 크기다. 세 곳 이상의 지진 관측지점에서 진동을 측정해 진원의 위치, 진원에서의 에너지 크기를 계산한다.

반면 '진도'는 사람이 자기가 위치한 곳에서 느끼는 진동의 크기다. 진도는 로마 숫자로 표기한다. 진원에 가까우면 지진 규모가 작아도 상대적으로 더 큰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 지진은 규모로는 5.8이지만 사람이 느끼는 진도로는 경주·대구가 최대 VI, 부산·울산·창원이 V였다. 진도 Ⅵ(6)는 많은 사람이 진동을 느껴 밖으로 나오며 가구가 움직이기도 하는 수준이다. 진도 Ⅴ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접시나 창문 등이 일부 깨지는 수준이다. 서울에서도 그릇이나 창문 등이 흔들리는 진도 IV의 지진을 느낀 사람도 있었다.

역사 지진, 진도로 규모 추정
『조선왕조실록』의 지진 기록에는 지진마다 진동이 느껴진 지역, 피해 수준이 자세하게 서술돼 있다. 세종 12년인 1430년 5월 9일에는 지진이 관측된 경상도와 전라도 100여 곳 지명을 빼곡히 서술해 놓아 진앙이 경남 함양 부근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세종 12년에는 1년 동안 10차례의 지진이 기록돼 있다.

국내에서 체계적인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연간 유감(有感)지진, 즉 사람이 느끼는 지진 횟수가 연평균 7.1회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 얼마나 지진을 열심히 기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진학자들은 지금까지 다양한 역사서를 뒤져 1800여 차례 지진 기록을 찾아냈다. 과거 왕조시대에는 자연재해 발생이 왕의 통치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상세하게 기록했다.

이처럼 진도나 감진 면적, 즉 지진이 감지된 면적으로부터 지진의 규모를 추정하는 계산식이 이미 개발돼 있어 이를 바탕으로 지진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지진 전문가들은 국내 역사적 지진 가운데 강진의 경우 보통 규모 6.0~7.0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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