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치는 법도 가지가지 … 조상들 삶 보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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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낙네 수십 명이 바위에 밧줄을 걸어 끌어내리는 시늉을 하며 비 오기를 빌던 ‘농바우 끄시기’.

개구리울음점, 영등날바람점, 좀생이점, 볶음점, 장닭꼬리점, 콩점, 뇌성점….점(占)도 가지가지다. 모두 옛 어른들이 봄을 맞아 치던 점이다. 음력 2월 추녀 끝에 열리는 고드름을 보아 풍년을 점치는 동곳점, 삼월 삼짇날 제비집의 위치나 모양을 보고 길흉화복을 내다보던 '제비집점'도 있다. 살기가 어려워서였을까. 아니면 농경민족이라 날씨에 민감해야 했기 때문일까. 전해 내려오는 점만 보아도 조상님 사시던 모습이 들여다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홍남)이 펴낸 '한국세시풍속사전' 봄편과 여름편은 이렇듯 철 따라 울고 웃던 우리 민족의 삶과 풍속을 구수하게 보여준다.

표제어 396 항목을 다룬 봄편과 421 항목을 담은 여름편 모두 각계 전문가 200여 명이 참여해 사실과 고증을 정확히 했다. 과거의 세시풍속은 물론 현대에 새로 만들어진 풍속까지 포함시켜 한층 범위를 넓혔다. 곁들여진 사진과 그림 1100여 장이 독자들의 항목 이해를 돕는다.

사전이라 어느 곳을 펼쳐도 재미있고 유익하다. 예컨대 여름편 324쪽에 소개된 '농바우끄시기'는 여성이 대거 참여하는 놀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충남 금산에서 내려오는 '농바우끄시기'는 한마디로 비를 내리게 해달라는 기우제인데 방법이 독특하다. 농(籠)처럼 생긴 바위에 밧줄을 건 뒤 아낙네 수십 명이 달라붙어 끌어내리며 비 내리시기를 빈다. 또 "우리 동네 처녀들이 빨래를 못해 시집을 못가니 오늘내로 비 좀 내려 주시오"라고 간곡하게 호소한다.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는 연말까지 가을편과 겨울편을 더해 이미 내놓은 정월편과 자료편을 묶은 6권짜리로 완간하겠다고 밝혔다. 02-3704-3226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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