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단에 첫 고체연료 … 탐지 어려워 북 미사일 위협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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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동해로 미사일 발사

합동참모본부는 12일 북한이 올 들어 처음으로 쏜 미사일이 어떤 종류인지 설명을 번복하면서 혼선을 일으켰다.

연료 주입 불필요, 이동발사도 가능
제2 핵물질 생산시설 의혹 평북 방현
미사일도 쏴 ‘패키지 도발’ 원점 돼

군 “노동” 4시간 뒤 “무수단” 번복
500㎞ 쏜 건 성주 사드 겨냥 분석도

이날 군 당국자는 오후 1시45분쯤 한 브리핑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노동급 미사일(사거리 1300㎞)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4시간 뒤 다시 기자실을 찾아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무수단미사일(3500㎞) 시험발사 가능성이 크다”고 수정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쏜 미사일의 속도가 노동(음속의 9.5배)미사일보다는 빨라 해당 미사일에 신형 엔진을 장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지만, 한·미 간의 정밀 분석 결과 신형 무수단미사일인 걸로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험발사에서 북한은 무수단미사일의 연료를 액체에서 고체로 바꿔 500㎞ 이상을 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한층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사일의 액체연료는 발화성이 강하고 연료에 포함된 산화제가 미사일을 부식시킬 수 있어 발사 직전에 주입해야 한다”며 “하지만 고체연료는 주입 시간도 필요 없고 연료가 출렁이지 않아 이동식 발사대(TEL) 이동도 쉬워 한·미의 사전 탐지는 어려워지고, 기동성은 훨씬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지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탄도미사일 24발을 시험발사했다. 발사 지점은 대부분 평북 철산군 동창리나 동해안 쪽 원산 등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연달아 세 차례에 걸쳐 평북 구성시 방현 일대를 발사 장소로 택하고 있다. 방현 일대는 한·미 정보당국이 평북 영변 외 제2의 고농축우라늄 농축시설이 있을 가능성을 주목하는 곳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번 도발을 방현 일대에서 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 핵과 미사일 위협을 패키지로 가져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무수단미사일 시험발사에 첫 성공했다. 당시 이른바 ‘고각(高角)사격’을 시도해 미사일을 대기권 밖인 고도 1416㎞로 날려 발사 지점에서 400여㎞ 떨어진 지점에 낙하시켰다. 1400㎞ 이상까지 무수단미사일의 고도를 올렸던 북한이 이번에는 550여㎞의 고도까지만 쏜 점에 대해선 군 당국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의 연료와 발사 방식에 따라 고도와 사거리 조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사거리를 조종해 500여㎞를 쏜 것은 심상치 않다. 방현비행장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배치할 예정지인 경북 성주 롯데스카이힐 골프장과 일치한다. 방현 일대에서 성주 골프장까지는 506㎞ 떨어져 있다. 그래서 방향만 바꾸면 한·미 동맹의 상징 격인 사드를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시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일 75회 생일 축포, 정치적 속셈도

군 당국자는 “사드는 마하 7(음속의 7배)의 속도로 날아가 마하 14 정도까지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다”며 “이번 무수단미사일은 노동미사일의 속도(마하9.5)보다는 빠르지만 속도가 마하 14를 넘지 않아 사드로 요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사일 시험발사에는 김정은 집권 이후 첫 핵실험일(3차)인 2012년 2월 12일을 기념하면서 김정일의 75회 생일을 앞두고 축포로 활용하기 위한 국내 정치적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라 고 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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