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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헌재, 후임 재판관 인선 서둘러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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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말 박한철 소장의 퇴임 이후 8인 재판관 체제로 진행되고 있는 건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3월 13일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마저 퇴임하고 나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이끄는 7인 재판관 심리체제로 접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은 대한민국 법치에 재앙이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으로 구성한다’는 헌법 111조를 두 번이나 위반하는 것이라서다.

 안타깝게도 ‘법치 재앙’의 현실화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헌재가 이달 22일까지 증인 신문을 차질 없이 마무리해야 3월 13일 이전에 최종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측의 특검 수사 및 탄핵재판 비협조로 인해 심리일정이 조금만 틀어져도 이 시한을 넘기게 된다. 문제는 탄핵심판에 중대 변수들이 자꾸 생겨나고 있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헌재 최후변론을 예고하는 데다 지난주말에는 고영태와 지인 간의 녹음파일 2000여 개가 등장했다. 일단 헌재는 양측에 “23일까지 종합의견서를 내라”고 통보해 조기 선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하지만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과 재판의 공정성’을 이유로 추가 심리를 결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탄핵재판은 단심(單審)인 만큼 헌법이 정한 9인 체제에서 신중하게 심판하는 게 옳다. 7인 재판관 체제에선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한쪽이 승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건 헌법재판관 결원사태가 공정하게 재판받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초부터 헌재는 다른 사건 심리를 전면 보류 중이다. 매년 접수되는 2000여 건의 위헌 및 권한쟁의 사건 등이 올스톱돼 있다.

 이처럼 헌재의 후임 재판관 인선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대통령 지명 몫’인 박한철 전 소장 후임은 ‘현 대통령 권한 정지’에 가로막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정미 재판관의 경우 양승태 대법원장이 후임을 당장 선임하는 게 마땅하다. 정치권도 국민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