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2위' 이상화 "원하던 기록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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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가는 길에 강력한 경쟁자가 떠올랐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1)다.

이상화는 1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48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이 대회 금메달을 땄던 이상화는 2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아쉽게 2위에 머물렀다. 금메달은 이번 시즌 이 종목 세계랭킹 1위 고다이라가 차지했다. 나오는 37초13으로 골인해 개인최고기록을 작성했다.

이상화는 이번 시즌 다리 부상으로 고생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다 최근 오른쪽 종아리 근육 통증까지 그를 괴롭히고 있다. 통증이 시작된 건 지난해 11월 월드컵 1차 대회 때다. 검진 결과 근육 미세손상이었다. 월드컵 2~4차 대회 때문에 한 달간 치료를 미뤘다. 상태가 악화됐고 성적도 부진했다. 월드컵 시리즈 1~4차 대회 500m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내는 데 머물렀다. 이상화가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9~10시즌 이후 7년 만이다.

부진을 거듭하면서 이상화는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스트레스 해소로 자주했던 네일아트 횟수도 줄였다. 이상화는 지난해 말 결단을 내렸다. 남은 월드컵 대회는 포기했다.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와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번 시즌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새해 첫날부터 캐나다 캘거리에 날아가 종아리 치료와 함께 훈련에 몰두했다.

이상화는 지난달 24일 캘거리 훈련을 마치고 입국할 때는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지난 3일부터 강릉에서 훈련한 이상화는 "새로 개장한 경기장 빙질이 나에게 딱 맞다. 소치 올림픽에서 기록한 37초대 초반에 근접한 기록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시즌 최고기록을 쓰며 살아난 모습을 보여줬지만 고다이라 컨디션이 워낙 좋았다.

이상화는 경기 후 "금메달을 못 따서 실망한 분들이 있겠지만 나는 기대했던 기록이 나와서 기분이 좋다. 고다이라는 이번 시즌 출전하는 월드컵 대회마다 계속 좋은 기록을 작성했다. 반면 나는 종아리 통증으로 내가 원하는 스케이팅을 하지 못했다. 특히 100m에서 같이 타는 상대 선수에 뒤처지면 신경이 쓰여 레이스에 집중할 수 없었는데, 오늘은 내 레이스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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