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 구제역 첫 동시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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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구제역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 연천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충북 보은, 전북 정읍의 것과 다른 종류인 것으로 9일 확인되면서 구제역의 전국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연천에서 발견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A형이다. 보은과 정읍에서 발견된 것은 O형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구제역이 같은 시기에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은·정읍 O형, 연천은 A형
국내 A형백신 없어 접종 차질
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

이날 충북 보은의 또 다른 농가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네 번째로 발견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간 것은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A형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정부의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재 국내엔 A형 백신이 없다. 이에 정부는 보유 중인 ‘O+A형(O형과 A형 복합)’ 백신이 A형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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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O+A형 백신이 효과가 있더라도 물량이 190만 마리 분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소 300만 마리와 돼지 100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정부는 추가 물량을 긴급 수입할 계획이지만 국내에 도달하는 데 일주일이 넘게 걸린다.

돼지는 한 번 걸리면 소보다 구제역 전파 속도가 빠르다. 소보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마리를 키우는 데다 항체 형성률도 지난해 기준 69.7%로 소(95.6%)보다 낮다. 만일 구제역 바이러스가 돼지로 옮겨 가면 350만 마리가 넘는 소·돼지가 살처분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채찬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에 정부가 일제 백신 접종을 했다면 사태가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농가에 떠넘겨 온 정부의 백신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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