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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미 “북핵 위협에 모든 국력 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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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핵 위협을 막기 위해 군사력까지 포함한 국력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렉스 틸러슨

렉스 틸러슨

8일(현지시간) 공개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지난달 상원 인준청문회 서면 답변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북한이) 본토에 핵 위협을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력의 모든 부분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음을 북한이 의심해선 안 된다”고 공언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할 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이면 이를 막기 위한 군사 행동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국력의 모든 부분’을 강조한 것은 그동안 미국이 언급을 자제해 온 군사력 사용 옵션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으로 위협할 경우 미국은 선제타격을 포함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에 대응해 미국이 군사력 카드를 꺼내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초긴장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앞세운 ‘힘을 통한 평화’는 군사적 위협을 상시 준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군사적 위협에서부터 외교의 문을 열어놓는 데까지 모든 선택을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방점은 군사적 위협 동원에 찍혀 있다.

틸러슨, 대북 선제타격 포함 군사행동 가능성 천명
중국 향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 필요” 고강도 압박
“한국, 방위비 상당히 분담” 밝혔지만 재협상도 시사

틸러슨의 입장이 더 의미심장한 것은 미국 의회에서 대북 선제타격론, 정권 전복론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당장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동시에 대화 협상론이 위축되고 강경 압박론이 득세한 만큼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는 거친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을 압박해 위험한 길(핵 개발)을 재검토하도록 해야만 북한이 더 이상 역내 안보를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확신을 동맹과 우방국에 줄 수 있다”고 단언했다. 틸러슨 장관은 중국을 향해서도 “북한 지도자들과 이들을 돕는 쪽을 압박하기 위해 세컨더리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등의 이행이 필요할 수 있다”며 초강수를 숨기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생존과 핵·미사일 개발에 연루된 중국 은행·기업을 미국이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는 중국에 대한 고강도 압박 수단이다.

틸러슨 장관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완화된 입장을 내놨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이미 주둔 미군을 지원하는 데 상당한 양의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한 분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둔 미군을 철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한국과 일본을 안보 무임승차국 명단에 올리며 “(주둔 비용을) 100% 부담하면 왜 안 되는가”라는 요구로 한·미 동맹에 대한 우리 측의 신뢰감을 뒤흔든 바 있다. 이와 관련, 정부 일각에선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이 우리 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누그러뜨릴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조야에서도 한국의 상당한 기여를 평가하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틸러슨 장관의 답변엔 한국에 비용 부담을 추가로 요구하지 않겠다는 언급은 없다. 오히려 북핵과 사이버테러 위협 등 동맹의 환경이 변화된 만큼 동맹 간 공정한 비용 부담이 필요하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기조다. 이는 “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해야 한다. 향후 관련 협의가 생산적으로 이뤄져 공정한 비용 분담 합의가 나올 것이라고 낙관한다”는 틸러슨의 답변에서도 읽힌다.

종합하면 트럼프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불어난 동맹 비용 청구서를 내밀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틸러슨 장관은 다만 한·일 핵무장에 대해선 “그 어떤 곳에서건 핵무기 확산은 미국의 이익이 아니다”며 반대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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