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안전검사, 엉뚱한 곳에 해놓고 “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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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논란을 야기했다. 한수원이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해 7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노후 원자력발전소(원전)인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신청 과정이 허술했다는 게 법원에 의해 드러난 지 이틀 만이다.

도면 확인 안 해 … 16개 원전 적발
원안위, 한수원에 7억원대 과징금
“재검사 실시 … 안전엔 문제 없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9일 제65회 원안위 회의를 개최하고 ‘발전용 원자로 운영자에 대한 행정처분안’을 심의·의결했다. 1988년부터 16개 원전에서 총 27차례에 걸쳐 잘못된 안전검사를 실시했다는 사실을 적발한 것이다. 원전 한 기당 각 4500만~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핵연료가 들어 있는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무쇠 용기를 ‘원자로 용기’라고 한다. 원자로 용기들은 용접 과정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데, 규정 에 따라 10년마다 용접 부위가 안전한지 검사해야 한다. 한수원은 고리 4호기와 한빛 2호기 원전의 용접부(총 34개)를 검사하면서 엉뚱한 곳 4군데를 검사했다. 원전 설계 도면을 확인하지도 않고 검사를 한 것이다. 방사선을 투과시켜 용접 부위에 금이 갔는지 확인하는데, 용접 부위 외에 다른 부위에 방사선을 투과했으니 검사 결과도 정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부실 검사한 부위는 또 있다. 핵분열이 급격하게 진행될 경우 온도를 낮추는 감속재 역할을 하는 ‘제어봉’이 원자로 위에 매달려 있다. 이 제어봉을 에워싸고 있는 원통 형태의 외부 구조물을 ‘제어봉 하우징’이라고 하는데, 여기도 검사 부위가 틀렸다. 특수 용접을 하기 때문에 용접 부위가 매끈해 육안으로는 용접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데도 한수원은 제어봉 하우징 도면을 확인하지 않았다. 대신 예전에 검사했던 부위와 똑같은 부위를 10년마다 검사했다. 문제는 최초 검사 부위가 애초부터 잘못됐었다는 점이다.

원안위는 “2014년 처음 문제가 발견된 이후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재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용접 부위는 모두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행정절차법에 따라 청문회를 거치고 한수원에 소명 기회를 부여한 다음, 9일 원안위에 관련 안건을 상정해 처분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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