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국정신문 왜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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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다음달부터 정부가 발간할 예정인 인터넷 신문(국정브리핑)에 대해 중앙부처 공보 담당 공무원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놨다.

국정홍보처는 8일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보 담당 간부 50여명을 상대로 서울 국립영상간행물 제작소에서 국정브리핑 발간에 앞서 교육을 했다. 국정브리핑의 발간 의미와 기사 작성법을 숙지시키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공무원들은 국정 홍보 인터넷신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행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부처 공무원은 "부처마다 홈페이지가 있는데 정보에서 별 차이가 없는 인터넷 국정신문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보처는 "보도자료를 기사체로 가공해 국민들에게 국정을 쉽게 이해시키자는 취지이므로 기존 홈페이지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윗사람의 입맛에만 맞는 기사를 채울 것이 뻔해 국민이 외면할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날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한 인터넷신문 대표도 "인터넷 국정신문은 비판기능과 신속한(기사) 판단기능이 없어 기존 언론은 물론 인터넷 매체와도 경쟁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한 부처 공보 담당 간부는 국정홍보처 관계자에게 "우리가 아무리 보도자료를 내도 신문의 1면톱을 장식하지 않는데 국정브리핑이라고 다르겠느냐"며 "이 경우 윗선에서 '일 안한다'고 평가할 텐데 누가 책임지겠는가"라고 따졌다.

공무원들은 시연된 시스템의 불안정도 문제로 꼽았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한 방향감각이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보처가 준비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너무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홍보처는 "죽어도 시행 시기를 늦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가 공무원들로부터 "도대체 누가 죽느냐"는 반박을 들어야 했다. 홍보처는 또 "대통령의 책상에 국정브리핑용 모니터가 설치될 수 있다"며 공보 담당 간부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김기찬.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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