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조사 함구하는 특검…靑과 기싸움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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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8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와 관련해 "확인해드릴 내용이 없다"며 "지금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면조사와 관련해서 현 단계에서 일체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며 "대면조사의 공개, 비공개 여부도 일체 말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 특검보는 "대면조사와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도 답했다.

특검의 이같은 입장의 배경엔 청와대 측의 강력한 항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은 앞서 '9일 대면조사' 일정이 공개되면서 청와대 측은 합의됐던 대면조사 일정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대통령 변호인단은 그동안 특검의 피의사실 유출로 인한 관계자 명예훼손 등 인권침해 사례와 신뢰할 수 없는 특검의 태도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특검이 피의사실을 누설하고 심지어 수사기록이나 증거물을 통째로 언론기관에 유출해왔다"며 "이번 대통령 대면조사 일정 누설 역시 특검보 중 한 사람이 특정 언론에 누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 측은 "특검팀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앞으로 일정이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박 대통령 측의 이같은 대응에 대면조사를 놓고 특검팀이 이날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비공개 대면조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박 대통령 측이 이처럼 대면조사를 미루면서 특검은 수사기한이 임박함에 따라 다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대면조사 연기 카드'를 꺼낸 박 대통령 측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강한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법상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게 되어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이 특검보는 "지금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될 때 다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또, 청와대 측이 지속적으로 '비공개 대면조사'를 요청하는 가운데 특검팀은 "비공개 대면조사 요청이 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리해서 말할 때 그 부분에 대한 부당성을 포함해서 말하겠다"고 답했다.
이같은 답변을 놓고 박 대통령 측에게 지속적으로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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