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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구제역 여파에…전국에서 정월대보름 행사 취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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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은 2년에 한 번씩 정월대보름 행사에서 도주줄당기기 행사를 연다.

청도 군민들이 양편으로 나눠 줄을 당겨 승부를 겨루는 놀이로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38호로 지정됐다. 80m에 달하는 가닥줄도 9개 읍·면 주민들이 볏짚을 꼬아 직접 만든다. 그래서 도주줄당기기 행사가 열릴 때면 전국에서 1만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하지만 2015년에 이어 올해 열릴 예정이던 도주줄당기기 행사는 전격 취소됐다.

청도군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하면서 고심 끝에 정월대보름 행사를 취소했다"며 "주민들이 도주줄당기기를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만들었던 가닥줄은 청도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천·김천·안동·경주시 등이 경북 지역 다른 단체들도 대보름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하면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피해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오는 11일 예정됐던 정월대보름 행사를 속속 취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AI가 처음으로 발생했던 충북 지역이 대표적이다. 가장 피해가 컸던 음성군은 물론 청주시·충주시·진천군·보은군 등도 대보름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충남 지역도 논산·천안시가 예정했던 정월대보름 민속행사를 취소했다. 예산군도 10일 오후 개최하려던 달빛축제를, 태안군은 별주부 용왕제·달집 태우기 행사 취소를 각각 취소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당진 기지시줄다리기 정월 대보름 행사'를 준비했던 당진시는 간단한 제사만 지내려던 계획도 중단했다.

대구시도 8개 구·군 행사를 모두 취소했고, 수성구만 미리 준비한 달집태우기만 하기로 했다.
올해로 35회째를 맞는 광주광역시 남구 칠석고싸움놀이 축제도 AI 등으로 연기됐다. 이 행사는 당초 10일부터 칠석동 고싸움놀이테마파크에서 사흘간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예 4월 말로 연기했다. 광주 북구도 외부인사 등을 초청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주민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소규모로 정월대보름 행사를 할 예정이다.

경남 함양군과 산청군·거창군도 정월대보름 행사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AI에 이어 구제역가지 발생한 전북 정읍시는 모든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정월대보름 행사는 취소하고 '시민과의 대화', '축산인 교육 및 교류행사' 등도 모두 연기했다.

강원 춘천시·철원군·삼척시 등은 물론 울산 남·북·동구와 울주군, 부산 철새도래지인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리기로 했던 사상전통달집놀이도 취소됐다.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도 11일로 예정됐던 정월대보름 행사를 취소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행정자치부와 농림축산식품부도 AI 등의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에 정월대보름 민속행사와 세시풍속 행사 개최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만큼 행사를 취소하는 지자체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전국종합]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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