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여아 화장실 끌고 가서…" 권익위, 학교 성폭력 민원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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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생인 A양은 입학한 뒤 9월까지 같은 반 여학생에게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가해학생은 쉬는 시간에 A양을 화장실로 데려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옷을 벗고 소변을 보게 했다. 이는 급식 시간에 A양 배식 순서가 되면 강제로 맨 뒤로 보내버리는 등 괴롭힘으로도 이어졌다. A양은 이로 인해 소변장애 및 정서불안 증세까지 보이게 됐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알고도 가해학생을 조금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히고, 따로 2층 화장실을 사용하게 하는 조치밖에 취하지 않았다. A양의 부모는 “가해학생 부모가 같은 학교 교사라 가해자 편만 들어주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가해학생을 다른 지역으로 전학 보내줄 것을 요구한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3년 간 750건 접수…초등학교 발생 213건 가장 많아

A양의 사례는 권익위에 접수된 학교 성폭력 관련 민원 중 하나다. 권익위가 2014년1월부터 2016년12월까지 3년 동안 접수된 관련 민원 750건을 분석한 결과 A양처럼 초등학교에서 성폭력이 발생한 경우가 213건(28.4%)으로 가장 많았다. 고등학교가 181건(24.1%), 중학교가 120건(16.0%)으로 뒤를 이었다. 대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민원은 118건(15.7%)이었다.

성폭력 행위 주체와 대상별로 보면 A양의 사례와 같은 학생 간 성폭력이 255건(34.0%)으로 최다였다. 교직원과 학생 간 성폭력은 254건(33.9%), 교직원 간 성폭력은 59건(7.9%)이었다. 유형별로는 성추행이 585건(58.6%)으로 절반 이상이었지만 성폭행도 288건(28.9%)이나 됐다. 성희롱은 125건(12.5%)이었다.

민원의 대부분은 성폭력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가해자 및 학교 관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 민원이 353건(47.1%)으로 가장 많았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한 민원은 173건(23.1%)이었고, 처리 결과에 불만이 있는 경우가 150건(20.0%)이었다. 70건(9.3%)은 공정한 조사를 요구하는 민원이었다.

권익위에 접수된 한 민원에 따르면 고등학생 B군의 경우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는데, 학교 측은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았다. 체육교사 C씨는 남녀 학생 40여명이 지켜보고 있는 교실에서 B군을 불러내 성기를 만지더니 “물건이 좋아 여학생들이 좋아하겠다”고 말하며 B군을 추행했다. 민원인은 “이 사실이 학교 내에 알려졌는데도 학교 측은 쉬쉬하고만 있다고 한다. C씨를 파면하고 학교 관계자도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학교 성폭력을 예방하려면 성에 호기심을 느끼는 초등학생 때부터 올바른 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엔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로 피해자의 불만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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