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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졸업식 그만 … 책거리·가면무도회 즐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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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일 전남 나주시 남평중학교 졸업생들이 지도해 준 스승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회초리와 책을 전달하는 세책례 의식을 하고 있다. [나주=프리랜서 장정필]

7일 전남 나주시 남평중학교 졸업생들이 지도해 준 스승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회초리와 책을 전달하는 세책례 의식을 하고 있다. [나주=프리랜서 장정필]

7일 오후 전남 나주시 남평중학교 강당. 유건(儒巾)을 쓰고 도포를 입은 학생 12명이 변정빈(49·여) 교장과 교사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학생들은 그동안 배웠던 책과 회초리를 스승에게 건넸다. 지난 3년간 지도해 준 스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세책례(洗冊禮) 의식이다. 세책례는 옛날 서당에서 책 한 권을 모두 배우면 학동들이 훈장에게 음식과 술을 대접하던 이른바 ‘책거리’에서 따왔다. 학생들은 이어 부모님과 스승에게 차를 대접하는 진다례(進茶禮)로 다음날 있을 졸업식 리허설을 마쳤다. 진다례는 우린 차를 어른에게 대접하며 감사의 큰절을 올리는 예법이다. 교사들은 진지하게 리허설에 참여한 졸업생 56명을 향해 “3년간 고생들 많았다. 앞으로도 몸을 갈고닦아 공부하라”며 격려했다. 졸업생 김빛나(16)양은 “유생처럼 도포를 입고 선생님과 부모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다 보니 중학교 3년이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도포입고 스승에게 회초리 건네고
UCC 제작해 함께 시청하기도

남평중은 8일 열리는 졸업식을 세책례와 진다례로 꾸민다. 전통예법을 재현한 졸업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졸업의 참된 의미를 깨우쳐주기 위해서다.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진선미 인성(人性)캠프’를 진행해 왔다. 차 명상 수업과 다도경연대회, 스승의날 진다례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다. 변정빈 남평중 교장은 “전통 졸업식은 진선미 인성교육의 결정체”라며 “부모님과 교사·학생 모두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감동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밀가루 뿌리기와 계란 던지기가 난무하는 여느 졸업식과 달리 이처럼 알찬 이벤트로 졸업식을 뜻깊게 치르는 학교가 늘고 있다. 다양한 공연이나 이벤트를 곁들인 졸업식, 전통예법에 따라 치르는 졸업식이 호응을 받고 있다.

학창 시절 추억을 담은 사용자제작콘텐트(UCC) 공개를 통해 졸업을 자축하는 학교도 있다. 울산 신언중은 9일 졸업생들의 추억을 주제로 제작한 UCC를 시청한다. 울산 동천고도 축제나 등교시간에 벌어진 일 등을 주제로 3학년 반별로 UCC를 만들어 발표한다. 김명팔(50) 울산 동천고 교사는 “딱딱하고 형식적인 졸업식을 벗어나려고 학생들이 직접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대구 경서중은 10일 열리는 졸업식을 ‘가면무도회’로 꾸민다. 졸업생 50명이 달성군청에서 열리는 졸업식에서 자신들이 만든 가면을 쓰고 공연을 펼침으로써 졸업을 자축한다.

이 밖에 대전 동산고는 지난 3일 졸업식을 ‘군악대와 재학생이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로 치렀다. 후배들의 축하합창, 공군 군악대의 색소폰 연주와 중창, 졸업생들의 성악 공연이 이어졌다.

나주·울산·대구=최경호·최은경·김정석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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