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최희섭… 해답은 '델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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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나의 미래.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자신에게 던져봤을 질문이다. 목표를 찾기 위해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스며있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꿈꾼다. 메이저리그에서 루키(rookie) 시즌을 보내고 있는 최희섭(24.시카고 컵스)도 마찬가지다. 10년 뒤 성공한 한국인 빅리거가 되느냐를 놓고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요즘 같은 부진 속에서 현재의 길이 올바른가에 대한 의문도 들 것이다. 이럴 때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걸어간 선배의 모습에서 교훈을 얻는 것도 위기 탈출의 한 방법이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데뷔 10년째인 카를로스 델가도(31.토론토 블루제이스). 8일 현재 아메리칸리그 홈런 2위(31개), 타점.장타율 1위(1백8점, 0.600)에 올라있는 강타자 중 한명이다. 최희섭과 같은 왼손 거포 1루수에다 체격조건도 비슷하다.

◆ 마이너 우등생이 빅리그 열등생

델가도도 최희섭처럼 마이너리그 우등생 출신이다. 1989년 토론토 산하 마이너리그에 입문, 92년 싱글A에서 홈런 30개로 리그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93년 10월 빅리그에 처음으로 승격됐으나 단 두경기에 출전, 무안타에 그쳤다. 94년에는 빅리그 개막과 함께 처음 13경기에서 8개의 홈런을 때렸으나 이후 극도의 부진에 빠져 6월 중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델가도 역시 변화구 대처능력이 부족해 빅리그 초기 3년을 고생했다.

◆ 배워야 산다

96년 이후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잡은 델가도는 최근 2년간 또 한번 시련을 당했다. 변화구에 대한 고질적인 약점으로 타율이 2000년 0.344에서 이듬해 0.279, 지난해 0.277로 거푸 떨어졌다. 원인은 원활한 중심이동을 방해하는 스탠스에 있었다. 겨울 캠프에서 2000년 타격폼을 되찾는 데 주력, 정확성을 회복하며 현재 시즌 타율 0.302를 기록하고 있다.

델가도는 독서광으로 소문나 있다. 책을 읽는 것은 야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잊는 한 방법이다. 또한 생각을 유연하게 해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주는 장점이 있다.

김종문 기자

*** <델가도에게 배울 점>

- '최고'에게도 '초보'시절은 있다.

- 변화구 공략은 '대가'에게도 닥치는 문제다.
시간과 노력으로 답을 찾아라.

-유연한 사고로 스트레스를 극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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