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마이크] 기본소득 잇단 공약 … 사회적 논의 시작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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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일을 안 해도 돈을 달라는 게 아니다. 정당하게 돈을 벌 정책이 필요하다.”(대학생 홍수인씨)

“국가서 일종의 주주배당”
“청년 일자리 정책이 우선”
시민들 의견은 엇갈려

“대한민국을 거대한 주식회사로 보면 기본소득은 일종의 주주 배당이다. 배당받았다고 놀고먹을 사람이 있겠느냐.”(진규천씨)

‘기본소득’ 도입을 놓고 중앙일보·JTBC의 온라인 의견 수렴 서비스 시민마이크에 올라온 시민의 의견이다(6일 오후 5시 기준). 찬반이 갈렸지만 기본소득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물꼬를 터야 한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기본소득제란 일을 하든 안 하든, 소득이 높든 적든 상관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기본소득제 도입의 전제조건은 기존의 공적 사회보장제도를 대부분 정리한다는 점이다. 복잡한 사회보장제도를 정리해 기본소득제로 통일하면 복지 전달을 위한 행정력을 절약할 수 있고, 사회안전망을 활용해 ‘놀고먹는’ 실업자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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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 현실에서는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포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형’이라는 이름이 붙은 부분 기본소득제가 논의되고 있다. 한국형 기본소득제는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는 유지하되 추가로 기본소득제를 시행하자는 내용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 어렵기 때문에 공약의 구체성과 현실성·실효성은 아직 시험대조차 오르지 못했다.

유권자들은 실제 누가, 얼마큼의 돈을 어떤 형태로 지급받을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현 정치권 주장대로 청년이나 노인, 실업자 등에게 준다는 부분적 기본소득제는 기존 복지 공약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남경원씨는 시민마이크에 “늘어 가는 계약직, 쉬운 해고 등 사회라는 독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적었다.

반면 이번 기회에 기본소득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네티즌 존 리는 “기본소득 문제는 제한된 복지 재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학자들이 고안한 아이디어가 소규모 실험으로 구현되고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새롬·이유정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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