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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개혁론 제동 건 안희정, 인재 영입 폭 넓히는 문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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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경남 남해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났다. [사진 송봉근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경남 남해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났다. [사진 송봉근 기자]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가장 강한 도전자들은 현재로선 더불어민주당 내에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대선레이스 2위 주자가 빠져나간 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 여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까지 상승(본지 1월 31일~ 1일 조사 10.0%)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야권의 경선이 사실상 본선의 무게감을 갖게 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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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지사는 2일 국회에서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등록 후 기자간담회를 했다. 그는 “지난 2002년 노무현 신드롬과 2012년 안철수 현상은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명령”이라며 “저 안희정이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범한 우리 이웃의 얼굴을 한 정치, 친절한 정치,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는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는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안 지사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연대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본선에 오른다면 (안 전 대표와)협력하고 힘을 모아가는 것을 생각해 보겠다”면서다.

안 “젊은 시절 화염병·짱돌 들었지만
싸우는 정치로는 미래 안 열려”
문, 공동선대위원장에 전윤철 영입
외연 넓히며 대세론 확산 나서
안철수 “문 공약, 박정희 패러다임”

문 전 대표와는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안 지사는 재벌 개혁 문제와 관련, “정부 주도형 시장개입, 개혁 주체와 대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눈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적폐청산 차원에서 삼성 등 4대 기업부터 개혁을 하겠다고 밝힌 문 전 대표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안 지사는 “젊은 시절 화염병과 짱돌을 들고 많이 싸워 봤고, 30년 정당인으로서 비타협적 투쟁도 무수히 해봤지만 과거를 가지고 싸우는 정치로는 미래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 제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날 리얼미터의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안 지사는 23.8%를 기록해 문 전 대표(31.4%)를 근접 추격했다. 2주 전인 1월 3주차 조사에선 문 전 대표 32.8%, 안 지사 10.8%였으나 격차가 확 줄었다.

이에 맞서 문 전 대표는 인재영입을 통한 외연 확장으로 대세론 확산에 나섰다. 이날 문 전 대표 측은 김대중 정부 출신 인사인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전남 목포 출신의 전 전 원장은 DJ정부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는 안 전 대표가 영입해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겼다.

문 전 대표의 임종석 비서실장은 “공동선대위원장 중 한 분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해 입당한)진영 의원도 모시고 싶었는데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으셨다”고 말해 진 의원 영입 논의도 있었음을 시사했다. 문 전 대표 측은 2월 중순께 캠프를 공식 발족할 계획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오른쪽)가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박지원 대표가 주는 떡을 먹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오른쪽)가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박지원 대표가 주는 떡을 먹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반 전 총장에게 일부 지지층을 잠식당했다는 평가를 받아 온 안 전 대표도 문 전 대표의 각종 정책에 각을 세우며 추격전을 시작했다. 안 전 대표는 2일 한국기원을 방문한 뒤 “(문 전 대표가)정부 주도로 산업을 진흥하겠다고 한 방식은 박정희 패러다임”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1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안 전 대표 측은 그동안 반 전 총장의 중도 하차를 전제로 ‘문재인 대 안철수’ 구도로 선거전략을 구상해 왔다. 반 전 총장이 사퇴할 경우 중도·보수층의 지지가 상당 부분 안 전 대표 측에 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안 전 대표는 “누가 더 대한민국을 개혁할 적임자인지, 미래를 준비할 적임자인지 묻게 되는 순간 문재인의 시간은 안철수의 시간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채윤경·안효성 기자 pch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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