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 가장 많이 챙기는 사람은 '장녀'…10년 전엔 '장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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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김회룡 화백

장·노년층이 평소 가장 많이 연락하고 만나는 대상이 10년 사이에 '장남'에서 '장녀'로 바뀌었다. 과거 부계사회 속 '장남 최고'라는 인식이 흐려지면서 모든 자녀가 동등하게 부모 부양을 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 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2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지원을 받아 발표한 '동아시아 국제사회조사 참여 및 가족 태도 국제비교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성인 자녀를 둔 남녀 541명(2016년 기준)에게 '가장 자주 접촉하는 성인 자녀가'누구냐고 질문한 결과 장녀라는 대답이 36.0%로 가장 많았다. 장남이라는 응답(33.8%)보다 2.2%포인트 많은 수치다. 이어 차남 이하 아들(14.4%), 차녀 이하 딸(12.9%), 큰 며느리(0.9%) 순이었다. 연구팀이 정의한 '접촉'이란 직접 만나는 것을 포함해 전화·편지·인터넷을 통한 교류를 말한다.

연구팀이 2006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장남'을 가장 많이 접촉한다는 대답이 많았던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당시 조사 결과는 장남(38.0%), 장녀(30.6%), 차남 이하 아들(17.0%), 차녀 이하 딸(12.7%) 순이었다. 10년이 지나면서 장남과 장녀의 순위가 바뀌고 아들과의 접촉 비중도 감소한 셈이다. 가장 자주 접촉하는 성인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도 지난 2006년(43.1%)에 비해 10년 사이에 30.3%로 줄었다. 함께 살지 않는 자녀와도 접촉을 더 많이 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연구팀은 노부모 부양에 대해 자녀의 동등 부담 인식이 퍼지고 있으며 여전히 가족중심으로 부양해야 한다는 인식은 확고하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 '노부모 부양이 가족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2%에 불과했다. 노부모 부양 대상에 대해서 '아들 딸 상관없이 누구든지'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지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30.6%에서 38.5%로, '모든 자녀'라는 응답은 10년 전 25.6%에서 30.4%로 증가했다. 반면 장남은 28.8%에서 22.5%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전통적 부계적 구조와 규범 때문에 모계.친정 부모와의 교류가 억제됐으나 이제는 부계 중심성이 쇠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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