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타짜 AI…패 속이고 블러핑, 인간 챔피언 꺾어

중앙일보

입력 2017.02.0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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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체스·퀴즈쇼·바둑 등 두뇌싸움에서 인간을 이겨 온 인공지능(AI)이 포커에서도 인간 최고수를 꺾었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부터 30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포커대회에서 AI ‘리브라투스’가 한국계 미국인 동 김(한국명 김동규) 등 세계 최강의 포커 선수 4명을 모두 물리쳤다고 주최 측인 리버스카지노가 30일 밝혔다.

“리브라투스, 인간 약점 이용하는 듯”

이번 대회는 리브라투스가 20일 동안 인간 선수 4명과 대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회 시작 전에는 리브라투스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체스나 바둑과 달리 포커처럼 서로의 패가 드러나지 않는 경기에선 상대의 패를 추측하는 직관과 자신의 패를 숨기는 속임수를 쓸 수 있는 인간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리브라투스의 이전 버전인 ‘클라우디코’는 지난 2015년에 4명의 인간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리브라투스를 설계한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의 투오머스 샌덤 교수는 “리브라투스가 이길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도박 사이트들도 인간이 승리할 확률이 4배 가량 높다고 봤다”며 “이번 승리는 AI 기술의 기념비적 업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브라투스의 승리 비결을 속임수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며 인간 선수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기술을 꼽았다. 실제 리브라투스는 좋은 패를 들고도 낮게 베팅하는가 하면 패가 나쁜데도 높은 금액을 베팅하는 ‘블러핑’까지 적절히 활용했다.

2015년에 이어 올해에도 AI와의 대결에 참가한 제이슨 레스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리브라투스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고 평했다. 또 다른 참가자 지미 초우는 “리브라투스가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개선할뿐 아니라 인간의 약점을 찾아내 이용한다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카네기멜론대의 노엄 브라운 연구원은 “우리는 리브라투스에게 포커의 규칙만 입력했을 뿐 다른 어떤 포커 기술도 가르치지 않았다. 인간을 이기기 위해 사용한 속임수 등은 모두 스스로 학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리브라투스는 포커에 한정된 AI가 아니며 사업계약, 군사전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AI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루이스빌대 컴퓨터공학과 로만 얌폴스키 교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비즈니스나 군사 등의 분야에서도 AI가 인간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인류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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