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태권도 통학버스에 '시니어 안전 수호천사'가 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8월 10일 전남 여수시 한 어린이집 앞 주차장에서 A군(당시 2세)이 어린이집 원장 B씨(56·여)가 운전하는 9인승 통학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A군은 통학차량에서 내린 뒤 차량 뒤쪽에 있다 차가 후진하는 과정에서 미처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했다.

#지난해 7월 29일 광주광역시에서는 C군(4)이 폭염 속에서 통학버스에 갖힌 채 8시간동안 방치되는 바람에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기사와 인솔교사는 같은 날 오전 9시10분쯤 다른 원생 8명을 유치원에 내려줬고, 버스 안에 있던 C군을 발견하지 못했다. C군은 당일 오후 4시쯤 버스 안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현재까지 혼수상태다.

경기도는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오는 3월부터 도내 일부 학원·태권도 등 민간 교육시설의 통학차량에 60대 노인들로 구성된 ‘안전 수호천사’를 동승시키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도는 이를 위해 이날 오후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생활인재교육연구소, The안전한대한민국만들기 등 3개 기관과 ‘시니어 차량안전 지도사’ 양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도가 시니어 차량안전 지도사 양성에 나선 것은 지난 29일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일명 ‘동승자법’) 때문이다. 개정안은 ‘학원 및 체육 등 민간 교육시설에서 운영하는 통학차량의 경우 보호자 동승을 의무화한다. 미탑승 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세 교육시설의 경우 동승자를 태울 경우 부담이 커진다.

이번 조치는 도 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37만4000여 명인데 취업자는 공공사업 5만7000명 등 모두 33만여 명에 불과한 점도 감안됐다. 동승자법 시행으로 통학차량 탑승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고, 노인 일자리도 창출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것이다.

안전 수호천사는 통학차량에 오른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맸는지, 도착해서는 가장 먼저 내려 주변 차량 등 위험요소가 있는지를 확인한 뒤 아이들을 내리게 한다. 차량에 남은 아이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또 돌발사고에 대한 대응과 해당 차량의 교통법규 준수 여부 감독, 차량 이상 여부 등 통학버스 안전운행을 위한 모니터링도 한다.

이들은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통학차량에 동승한다. 한 달 급여는 평균 70만원 정도다. 도는 안전 수호천사를 채용하는 학원 등에는 보험료와 유류비 명목으로 1인당 연간 150만원씩 지원한다.

안전 수호천사가 되려면 사전에 ‘차량안전지도사’ 자격증 획득을 위한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차량안전지도사는 국무총리 산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민간자격증으로 생활인재교육연구소에서 발행한다. 교육은 실제 사고사례에 따른 사고 예방법과 심폐소생술, 대상(영유아) 및 상황별 응급처치법 등이다.

도 관계자는 “아이가 안전하면 부모의 걱정이 사라지고, 노인 일자리 창출로 노인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제도를 확대 시행하는 등 공공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 내에는 2015년 10월 기준 2만5128대의 어린이 통학버스 가운데 학원 4746대, 태권도 등 체육관련 1907대가 각각 등록돼 있다. 전국에서 어린이 통학버스 교통사고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209건이 발생, 11명이 사망했다.

수원=임명수 기자 lom.myou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