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페더러, 18번째 메이저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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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라이벌전의 승리자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6·스위스·세계랭킹 17위)이었다.

페더러는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라파엘 나달(31·스페인·9위)을 3시간37분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3-2(6-4, 3-6, 6-1, 3-6, 6-3)으로 이기고 우승했다. 페더러는 호주오픈에서 5회 우승을 이루면서 2012년 윔블던 우승 이후 5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됐다. 아울러 메이저 대회에서 18번째 우승 기록을 세웠다. 페더러는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양 손을 들어올려 환호했다. 그리고 벤치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페더러는 최근 은퇴설에 시달렸다. 지난해 7월 윔블던 남자 단식 4강 탈락 이후 왼쪽 무릎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30대 중반 나이에 잦은 부상 소식이 들리면서 페더러의 은퇴설도 피어났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페더러는 순위가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11월에는 9위에서 16위로 떨어져 2002년 이후 14년 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페더러의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페더러는 "나는 은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이번 대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더 완벽해져서 돌아와 코트를 평정했다.

나달과의 결승전이라서 더욱 뜻깊었다. 나달은 페더러의 영원한 라이벌이다. 2000년대 남자 테니스를 이끈 나달과 페더러는 만나기만 하면 4~5시간 접전을 펼쳤다. 둘은 이날 경기까지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만 9번을 맞붙었다. 나달도 지난해 왼 손목 부상으로 부진했다. 이번 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나달은 "몇 달 전만 해도 페더러와 다시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맞붙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페더러와 나달은 강호들을 물리치고 지난 2011년 프랑스오픈 이후 6년 만에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격돌했고 끈질긴 명승부로 테니스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우승트로피에 키스를 한 페더러는 "나달의 완벽한 복귀에 축하한다. 우리가 다시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만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린 해냈다"며 "지난 6개월 동안 코치, 트레이너 등이 정말 많이 노력해줘서 고맙다.  더 열심히, 더 많이 훈련할 수 있었던 건 20년 동안 나를 응원해 준 팬들 덕분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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