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도 책과 함께 - 교양

중앙일보

입력 2017.01.27 01:00

업데이트 2017.01.29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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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설날 밥상머리 화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표정훈 출판평론가(사진)가 영역별로 책을 고르고 서평을 썼다. 설 연휴는 일종의 ‘작전 타임’이다. 묵은 해, 묵은 삶을 정리하고 앞날을 준비하는 짧지 않은 쉼표다. 이대로 나는 행복한지, 우리 사회는 안녕한지 묻고 답하는 시간. 설연휴 책과 함께 옹골찬 새해 계획을 세워보자.

개헌 도마 오른 헌법,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하나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윤재왕·
윤지영 지음, 로고폴리스
528쪽, 1만8000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헌법 조문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외친 적은 없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개헌 주장 목소리도 높다. 차병직, 윤지영 변호사와 윤재왕 교수가 쓴 『지금 다시, 헌법』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현행 헌법은 1987년 시민항쟁의 소중한 결과물이지만 30년이 지나면서 개정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에 저자들도 동의하지만 강조점이 다르다.

정치권은 권력구조만 얘기하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기본권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책에 따르면, 사회적 특수 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제11조 2항은 너무 당연한 걸 말하기 때문에 유지해야 할지 의문이다. 대신 빈부 격차에 따른 실질적인 경제 계급을 없애는 노력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자고 제안한다.

또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제21조 4항은 공익을 위한 알 권리 측면을 보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의 의무도 확대해야 한다. 예컨대 범죄행위에 대한 국가의 피해구조 의무를 규정한 제30조에서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생명·신체 등에 대한 피해’로 바꾸자는 것이다. 경제 범죄 피해자 구조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등’이라는 글자 하나를 더 넣음에 따라 국가의 의무가 크게 확대된다.

모든 부분이 중요하지만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부터 읽어보자. 10조부터 39조까지 서른 개 조문 가운데 의무를 규정한 건 납세와 국방에 관한 두 개 조항뿐이다. 요컨대 제2장은 기본권이 핵심이다. 헌법을 읽어보는 연휴, 민주공화국 시민의 연휴다.

무인차 타는 사람 많아지면 왜 인공심장이 늘어날까

미래의 속도
리처드 돕스 외 지음
고영태 옮김, 청림출판
348쪽, 1만6000원

세상이 변하는 빠른 속도를 따라잡기도, 새로운 방향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연휴는 바쁜 일상과 업무에서 벗어나 갖는 작전 타임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전문가 세 사람이 쓴 『미래의 속도』를 코치 삼아 보자. 책은 세계적인 변화의 큰 방향을 네 가지 메가 트렌드로 정리한다.

첫째, 경제활동과 경제 역동성의 중심지가 신흥국 도시로 이동한다. 둘째, 기술의 경제적 영향력이 가속화되고 범위와 규모도 커진다. 셋째, 세계 인구는 점점 더 고령화된다. 넷째, 교역과 자본, 사람, 정보의 이동을 통해 세계가 연결된다. 이러한 네 가지 메가 트렌드는 산업혁명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어 큰 충격을 예고한다.

이러한 충격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려면 다음과 같은 새로운 규칙에 적응해야 한다. 자원 조달 비용이 한계에 이르러 기술로 극복해야 하며,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금리는 점점 낮아진다. 기술 발달로 일자리 격차가 심해지며 새로운 소비자가 세계 경제를 이끌게 되고, 새로운 기업이 기존 기업의 자리를 빠르게 위협한다.

예컨대 무인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면? 인공심장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운전면허증 장기기증 항목에 동의한 덕분에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심장이식수술 기증자의 주요 공급원이었지만, 무인자동차 보급 확산이 이런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 교통사고와 사상자가 줄어들면서 보험기업의 손익구조가 크게 바뀌는 건 물론이다. ‘예측 가능했던 과거의 판단 기준은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는 메시지가 긴박하게 다가온다.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맬 때다.

임금 하위 10% 남성, 10명 중 9명이 결혼 못한다는데 …

지위경쟁사회
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232쪽, 1만4000원

우리 사회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그 사회 안에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은? 평소에는 차분하게 생각해보기 어려운 문제다. 2015년 기준 GDP 세계 11위, 국가예산 규모 세계 12위, 경상수지 흑자 세계 5위, 외환보유고 세계 7위인 대한민국. 반면에 유엔이 발표한 ‘삶의 만족도’에서는 10점 만점에 5.8점으로 58위였다.

이렇게 풍요와 행복이 일치하지 않는 원인이 뭘까? 마강래 교수(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가 책 제목으로 답한다. 『지위경쟁사회』. 지위경쟁의 특징은 첫째, 상대평가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순위가 달라진다. 둘째, 보상 격차가 커서 승자독식에 가깝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모두가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지위경쟁에 따른 격차는 노동, 소비, 교육, 결혼 등 거의 모든 사회 영역에서 두드러진다. 결혼만 하더라도 노동사회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30대 남성노동자 임금 하위 10%의 기혼자 비율은 6.9%, 상위 10%의 결혼 비율은 82.5%였다. 20~30대 대졸 학력자의 약 55%가 기혼자인 반면 고졸 학력자는 45%다.

고도성장 시대에는 경쟁적으로 많이 일하고 열심히 공부할수록 생산이 늘고 교육 성취가 높아졌지만 이젠 아니다. 경쟁의 내용보다 순위에 집착하게 만들고,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모두가 패배자가 되며, 소수가 사회적 보상을 독식하면서 지속가능성이 취약해진다.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경쟁의 강도와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새로운 협력적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이 고민을 이른바 대선 주자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

결혼 타령 마세요,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 만들자고요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우에노 지즈코·미나시타 기류 지음
조승미 옮김, 동녘
292쪽, 1만5000원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귀성을 꺼리는 이유. 요즘엔 “언제 국수 먹니?” 물어보는 게 결례인 줄 다 안다지만 그래도 눈치 없는 친척 한두 명은 꼭 있다. 가임기 여성 지역별 숫자를 표시한 ‘출산지도’를 내놓은 행정자치부처럼 말이다. 일본의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와 미나시타 기류가 쓴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는 제목부터 요즘 유행하는 말로 ‘사이다’다.

일본은 남성의 20%, 여성의 10%가 평생 결혼을 하지 않는 ‘생애 미혼자’다. 외벌이로 아내와 자식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는 젊은 남성이 드물어진 게 주요 원인이라 한다. 더 큰 문제는 맞벌이여도 가사·육아는 대부분 아내 몫이라는 것. 결혼하면 여성은 시간과 노동력을, 남성은 돈을 손해 보는 구조에서 ‘비혼 사회’는 시간문제다.

우에노 교수의 여학생 제자들이 취직한 뒤 출산이나 육아를 할 시기가 되면 찾아와 호소한다. “남편이 아무것도 안 해줍니다.” 국가와 사회가 육아 부담을 충분히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편마저 가사와 육아를 아내에게 전적으로 떠맡긴다는 것. ‘아내가 체념하는 것을 기본으로 결혼이 유지된다’는 지적이 사뭇 날카롭다.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은 ‘너 나 할 것 없이 결혼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걸 받아들이자고 주장한다. 정부 정책에서도 사회보장제도의 단위를 가족이 아니라 개인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를 통해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우리 식으로 바꾸면 ‘결혼하지 않아도 귀성이 행복한 사회’다.

덜어내고 비우고 … 삶이 가뿐해질 잡동사니 정리 비법

정리의 신
스키타 아키코·사토 고시 지음
윤수정 옮김, 김그래 그림
돌베개, 208쪽, 1만2000원

느슨해진 새해 결심을 다시 한 번 다잡을 수 있는 설 연휴에 물건을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 덜어내고 비우고 줄이면서 다시 시작할 기회다. 일본의 수납디자이너 스기타 아키코와 대학 강사 사토 고시가 쓴 『정리의 신』이 길잡이가 되어 준다. 중학생부터 온 가족이 읽기에 적합하도록 구성된 책이다. 먼저 강조하는 건 정리란 누구에게나 귀찮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 정리도 꾸준히 연습하고 실천해야 익숙해진다.

정리의 1단계는 ‘꺼내기’다. 정리할 물건들을 꺼내서 모아 보면 쓸 데 없는 걸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이사 갈 것처럼 한꺼번에 다 꺼내지 말고 구역을 정해 차근차근 꺼내는 게 요령. 2단계는 꺼낸 물건들을 필요, 불필요를 따지지 말고 종류별로 분류해보는 ‘나누기’다. 불필요한 것들이 점점 분명해진다.

3단계 ‘고르기’에서 고르는 기준은 네 가지다. ‘좋아하는 물건’과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먼저 챙기고 이 기준에 안 들어가는 건 ‘포기할 수 있는 물건’과 ‘망설여지는 물건’으로 나눈다. ‘포기할 수 있는 물건’은 주변에 나눠 주거나 기부하거나 버린다. ‘망설여지는 물건’은 수납하지 말고 따로 모아 일단 보관한다.

마지막 단계 ‘수납’에서 유의할 점은 수납공간의 60~80% 정도만 채우는 것이다. 수납의 목적은 보관이 아니라 물건을 써야 할 때 쉽게 꺼내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가야 할 일은 수납용품이나 가구를 사들이는 것이다. 그 또한 짐이 다. 불필요한 것을 버린다는 태도가 아니라,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을 택한다는 자세가 물건 정리 성패의 관건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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