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적응하기 싫으면 떠나라” 네덜란드 총리, 신문에 전면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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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주요 일간지에 난민을 겨냥해 “적응하기 싫으면 떠나라”는 내용의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3월 총선서 우파 표심 잡기인 듯

이날 AFP통신 등에 따르면 중도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VVD) 소속인 뤼테는 국경 통제 강화를 주장하는 등 난민 유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우파 중에선 상대적으로 온건해 신문 광고까지 내면서 반 난민정서를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현지 정가에선 뤼테의 이런 행동이 오는 3월 총선을 앞두고 우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오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다. 특히 같은 반 난민 성향의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의 지지층을 잠식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지난 17일 네덜란드 NOS방송이 집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총선에서 집권 VVD는 23~27석을 얻어 PVV(29~33석)에 뒤질 것으로 전망됐다.

뤼테는 이번 광고를 통해 “자유를 찾아 네덜란드로 와서 그 자유를 오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성 소수자를 괴롭히고,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불고, 평범한 네덜란드인들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른다”며 “네덜란드에 적응하기를 거부하고 우리의 가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평범하게 행동하든지 아니면 이 나라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올해 잇따라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유럽에선 극우 정당 지지층을 겨냥한 중도 우파 정치인들의 난민 관련 공약이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9월 총선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해 12월 기독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전신을 가리는 베일(부르카·니캅)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프랑스에선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그는 “프랑스는 다문화 국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이슬람권과 난민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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