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기 줄었군요 … 남성 육아휴직 56%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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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을 함께 지키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려면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아이를 돌보는데 소홀해서도 안 된다. 육아휴직과 시간선택제가 도입된 이유다. 그러나 가부장적 기업문화와 사내 눈치 때문에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한데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기업의 이미지와 생산성이 올라가는 현상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확산하는 육아휴직·시간선택제

전체 휴직자 중 남성이 8.5% 차지
생산성 높아지고 이직률도 줄어

시간선택 활용 기업 319 → 5193곳
휴직급여 인상 등 추가 대책 마련

출판업에 종사하는 류근한(40·가명)씨는 둘째 아이의 병치레가 심하다. 첫째 아이 육아도 걱정이다. 용기를 내 육아휴직을 했다. 둘째를 데리고 병원을 다니고, 소원했던 첫째와도 가까워졌다. 류씨는 “가족에겐 육아휴직이 훌륭한 선물이었다”며 “복귀한 뒤엔 일손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의 ㈜프론텍은 시간선택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회사 근로자(130명)의 절반은 여성이다. 늘 아이 걱정을 하는 근로자를 위해 지난해 시간선택제를 운용했다. 풀타임 정규직은 시간선택제로 전환할 수 있다. 그 효과는 의외였다. 이전에 근로자 한 사람의 시간당 생산량이 22대였던 게 지난해 37대로 68% 증가했다.

서울 중앙보훈병원은 육아뿐 아니라 학업, 본인 건강, 가족간병, 임신 등 사유가 있을 때마다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2012년 11%에 달하던 간호인력의 이직률이 지난해 상반기 5%로 뚝 떨어졌다. 177개 공공기관 중 2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육아휴직자는 7616명으로 전년(4872명) 대비 56.3%나 증가했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8.5%로 뛰었다. 2015년엔 남성육아휴직자가 5.6%에 불과했다. 전체 육아휴직자는 8만9795명으로 전년에 비해 2.8% 늘었다. 아빠의 달을 이용하는 근로자도 2703명으로 전년(1345명)의 두 배로 늘었다. 아빠의 달은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대부분 아빠)에게 첫 3개월 동안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를 육아휴직급여로 지원하는 제도다.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줄여 아이를 돌보는 근로자도 2716명으로 전년 대비 33.9% 늘었다.

정부는 육아휴직 확산 대책을 손질하고 있다. 올해 7월 이후 출생한 둘째 이후 자녀(둘째, 셋째, 넷째)를 돌보려 아빠의 달을 사용하면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이 200만원으로 인상된다. 또 최대 1년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기간을 2년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도 확산하고 있다. 시간선택제를 활용하는 기업은 2013년 319개에서 지난해 5193개로 16배로 불어났다. 근로자는 1295명에서 1만3074명으로 증가했다. 시간선택제로 채용된 근로자의 임금도 시간당 7553원에서 1만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특히 종일 근무하는 전일제에서 근로시간을 줄여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는 근로자가 2530명으로 전년(556명)대비 4.5배로 늘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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