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U대회 선수촌장 신 일 희 계명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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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제 한국에서 서울이 아닌 도시인 대구에서도 국제체육행사를 훌륭하게 치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난 4일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선수촌장에 위촉된 신일희(申一熙.64) 계명대 총장은 "대구를 세계에 알리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선수촌장은 오는 14일 독일.영국 등을 시작으로 대구시 북구 동변동 선수촌에 입촌하는 1백70여개국 선수단을 맞으며, 각 나라 선수단장 회의 등을 주관하게 된다. 이런 역할 때문에 U대회 조직위는 그동안 지역 출신 대학총장 중 외국어로 국제회의를 주재할 수 있는 덕망있는 인사를 물색해 왔다.

소감을 묻자 申총장은 "가문의 영광이지만 저 같은 '촌사람'이 맡아 잘 해낼지 모르겠다"며 겸손해 했다.

선수촌의 준비 상황에 대해 그는 "마지막 청소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자와 빈틈없는 행정 덕분에 개촌 준비가 끝나 손님맞이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국가별 숙소 배치도 이미 끝났다고 덧붙였다. 6일 현재 1백37개국에서 모두 5천7백여명의 선수.임원이 등록한 상태다.

申선수촌장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북한 선수단도 이념을 배제하고 순수 스포츠 정신으로 대할 것"이라며 "미묘한 문제는 베이징 U대회와 부산 아시안게임의 전례를 준용하겠다"고 말했다.

지역대학이 선수촌 안팎에 마련한 각종 문화행사 등을 통해 대구를 대학도시로 알리는 일도 申선수촌장이 이번에 의욕적으로 시도하는 일이다.

대학시절 야구.축구.하키 등을 좋아했다는 申선수촌장은 영어와 독일어에 능통하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독일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국.독일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현재 한국.폴란드협회장과 스웨덴 명예영사 등을 맡고 있다.

최근 프린스턴대 대학원은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한국에서 이승만 전대통령과 함께 申선수촌장을 선정했다. 그는 "대학스포츠연맹(FISU)의 규정대로 선수촌의 개별 숙소엔 냉장고와 TV는 들여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냉장고는 음식물의 위생문제 때문에, TV는 밤새워 시청하다 경기를 망칠 수도 있는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申선수촌장은 "세계 젊은이들이 모이다 보면 문화의 차이 때문에 생각하지 못한 사건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선수촌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문화의 차이와 친절 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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