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사랑 릴레이 … 선배는 후배 어머니에게 금반지 선물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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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1일 윤정기병장(왼쪽)이 근무하는 부대를 찾은 이종우 회장(가운데)과 김양현씨.

철구조물 제작업체인 한국호머(경기도 고양시 소재) 이종우(66)회장은 최근 경북 예천의 한 공군부대에 근무하는 사병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고 너무나 기뻤다. 자신의 모교인 영남대 기계공학부 후배 윤정기(22)병장이 보낸 편지였다.

"선배님이 주신 장학금 덕분에 학비 걱정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게 됐는데 그동안 마음의 선물조차 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합니다. 선배님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꼭 알려주십시오."

윤 병장이 자대 배치를 받은 2004년 9월부터 17개월 동안 꼬박꼬박 모은 사병 월급 50만원으로 은인에게 선물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회장은 주말인 21일 윤 병장을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집을 떠나 경북 예천으로 향했다. 영남대 기계공학부에 재학 중이면서 자신의 장학금을 받은 김양현(27)씨가 동행했다. 김씨는 2월 졸업을 앞두고 에너지관리공단에 입사, 공단 본사(경기도 용인)에서 연수를 받는 중이었다.

이들 선.후배 세 사람은 21일 낮 12시 예천의 한 공군부대 면회소에서 힘찬 포옹을 하며 상봉했다. 병영과 대학 생활, 가족 얘기 등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세 사람의 인연은 이 회장이 이공계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모교에 6억원을 기탁한 2003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2학년 1학기, 윤 병장은 1학년 2학기 때부터 이 회장이 맡긴 '송암장학기금'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졸업 때까지 등록금 전액 지원을 약속받았다. 윤 병장은 1년간 장학금을 받고 2004년 7월 입대한 터였다.

윤 병장은 "빈농의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스스로 학비를 해결하며 어렵게 공부해야 했는데, 장학금 덕분에 용기 잃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 됐다"며 이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은 "자네의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고맙다"면서 윤 병장의 '월급 보은'을 사양한 뒤 마침 같은 날 아들을 면회 온 윤 병장 어머니인 엄명옥(55)씨에게 선물할 것을 제안했다. 한사코 고집을 부리던 윤 병장도 이 회장의 뜻을 받아들여 어머니에게 금반지를 해드리기로 약속했다. 2시간가량의 면회가 끝난 뒤 세 사람은 "평생 따뜻한 정을 나누고 마음으로 의지하는 선.후배가 되자"며 서로를 감싸안았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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