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 전공노, 단체행동권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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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공무원노조법 발효(28일)를 앞두고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에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공무원 노조 설립 및 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을 의결했다. 이런 가운데 14만여 명의 노조원을 확보한 최대 공무원노조 조직인 전국공무원노조(이하 전공노)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법외노조로 남겠다"고 밝혔다.

법외노조는 합법화되지 않은 노조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1989~99년까지 법외노조였다. 전공노는 일단 다음달 초 민주노총에 가입한 뒤 향후 투쟁 방향 등을 논의키로 했다. 공노총은 다음달 25일 대정부 규탄대회를 여는 등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공무원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공무원노조 합법화의 길이 열렸는데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불법행위를 하는 관련자를 징계키로 해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와 공무원노조 충돌하나=전공노와 공노총이 법외노조로 남겠다는 이유는 공무원노조법이 시.군.구의 6급 공무원에 대해 노조 가입을 제한하고 단체행동권을 금지해 노조활동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기 때문이다. 전공노는 법외노조로 있으면서 하반기부터 지자체별로 일제히 단체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가 노조로 인정하든 않든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노조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행자부 관계자는 "시.군.구의 경우 6급 공무원이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어 가입 제한을 풀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총리는 "지자체장들이 전공노 등과 단협을 맺을 가능성이 있는데 절대 안 될 일"이라며 특별교부세 삭감 등 제재방안을 내놨다.

지자체에 이 같은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던진 것은 노조가 합법화되기 전인 2003년과 2004년 36개의 지자체가 전공노와 단협을 체결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35개 지자체는 단협을 파기했다. 그러나 울산 북구는 단협안을 유지해 행정자치부 등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이 총리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치단체장이 선심성 단체협상 체결을 시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더욱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무원노조가 신임 자치단체장 후보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불법 선거 의혹 등을 제기하며 신임 단체장을 압박할 경우 힘에 밀린 단체장이 단협 체결이란 악수를 둘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 같다.

한편 정부는 관련 부처 합동으로 2월 중 공무원노조의 법 준수를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키로 했다.

?노동계 판도 바꿀 공무원노조=향후 공무원노조의 움직임은 노동계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공노는 2월 6일 민주노총 차기 집행부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민주노총에 가입할 계획이다. 민주노총과 공동투쟁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노총은 명실상부한 최대 노동단체가 된다. 현재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66만8000여 명이며, 한국노총은 78만여 명이다.

공무원 노조가 상급단체를 갖게 되면 노동운동의 중심축도 제조업에서 공공부문으로 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장 전공노와 함께 공무원노조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7만여 명)이 전국지방공기업연맹.한국교원노동조합 등 공공부문의 노동자를 규합해 제3노총인 '새로운노동조합총연맹(가칭)'을 준비 중이다.

전체 조합원의 18%에 달하는 전공노의 민주노총 내 입김도 세질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들 공무원노조가 정치적으로 조직화될 경우 정치권과 정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찬.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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