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개 같은(?) 삶도 좋지 않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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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는 개보다 행복할까
매트 와인스타인 외 지음
서영조 옮김, 아인북스

'개 팔자가 상팔자'란 말이 있긴 하지만, '개 같은'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 치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드뭅니다. 그러니 이 책은, 개를 자식보다 사랑한다는 서양 사람들이 쓴 것이긴 하지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제목일 겝니다. 게다가 며칠 있으면 병술년, 개의 해가 정식으로 시작되는 만큼 이 도발적 질문에 눈길이 갔습니다.

"개는 행복한가, 과연 행복한 줄 알기는 알까?" 이런 의문에 대해 이 책을 함께 쓴 경영컨설턴트와 철학교수는 이렇게 묻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과연 사람 정도의 지능을 지녀야만 느낄 수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우리, 사람은 행복한가요?"

그러고는 개들의 소박하고 행복한 삶의 모습 67가지에서 행복의 열쇠를 찾아줍니다. 이런 식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집에 오면 현관으로 달려가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에서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란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거실 소파에 늘어져서 쉬기를 좋아하지만 소파를 치워버리면 기꺼이 맨바닥에 엎드려 쉬는 모습에선, 변화를 받아들이고 거기 적응하라는 가르침을 찾아줍니다. 으르렁거리는 것으로 충분할 때는 굳이 상대를 물지 않는다면서 사소한 의견 충돌만으로도 순식간에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것을 삼가라고 충고합니다. "개들은 쉽게 불만을 잊어버리지만 우리들은 행복을 금방 잊어버린다"다는 구절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쁜 일을 함께 기뻐하라"는 말도요.

요컨대 개들은 작은 일에 기뻐하고,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며, 곁에 있는 존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쉽게 용서하고,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삶과 죽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행복하다네요. 행복은 외부의 상태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합니다. 즉, 행복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내면의 상태라는 거죠. 주변의 작은 기쁨에 "애걔, 이게 다야?"하지 말랍니다.

그런데 곁에서 지켜보던 집사람은 "사람들이 그런 가르침을 몰라서 행복하지 못한가?"라고 핀잔을 주더군요. 무슨 뜻인지 알아듣긴 하겠더라고요. 하지만 이 책은 일단 의미가 있습니다. 개를 가르치는 방법에 관한 책은 많지만 개가 주는 가르침에 대한 책이 거의 없으니까요.

이 책은 "당신이 개와 함께 살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에게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신 삶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빈센트 반 고흐의 말로 글을 시작합니다. 새겨 읽고 '개 같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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