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모차르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모차르트는 어디에나 있다. 지하철 환승역 안내방송 '이번 역은 ○○,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왼)쪽입니다' 에 깔리는 배경음악. 모차르트 작품번호(K)525 세레나데 3악장이다. 종착역엔 '피아노 소나타 11번'이 흐른다. '내리실 때는 차 안에 두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모차르트 올림'.

필립 솔레르스는 '모차르트 평전'에서 "현대인은 누구나 모차르트 속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휴대전화에도, 전화 대기음에도, 엘리베이터에도, 쇼핑몰에도 모차르트는 있다. 현대인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어머니 배 속에서 '마술피리'를 듣고 세상에 나와, '피가로의 결혼'을 테마곡으로 삼아 짝을 찾고 '레퀴엠'의 선율 아래 영면한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살아 있어 저작료를 받는다면 오스트리아를 통째로 살 수 있을 것이란 말도 그리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생전의 그는 늘 돈에 쪼들렸다. 1789년이 최악이었다. 그가 당시 프리메이슨 동료였던 푸흐베르크에게 쓴 구걸조 편지엔 이런 궁색함이 절절이 담겨 있다.

"절친한 친구이자 형제인 당신이 나를 버린다면, 나와 불쌍하고 병든 아내, 그리고 아이들까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처지가 됩니다. 슬프게도 운이 너무 나빠 아무리 해도 돈이 벌리지 않습니다. 14일간 연주회 (예약) 명부를 돌렸지만 이름을 올린 사람은 슈비텐 한 사람뿐입니다…."(로빈스 랜던 '모차르트의 마지막 나날')

살아선 궁핍했지만 죽은 뒤 그는 고향 잘츠부르크시를 먹여살린다. 이 도시엔 티셔츠와 연필, 재떨이와 라이터는 물론 맥주와 골프공까지 웬만하면 다 모차르트 표다. 그의 얼굴을 인쇄한 초콜릿 모차르트 쿠겔은 지난해 1억 개, 약 580억원어치가 수출됐다고 한다. 잘츠부르크시는 모차르트의 브랜드 가치를 54억 유로(약 6조4000억원)로 평가했다. 필립스(49억 유로)나 폴크스바겐(46억 유로)보다 높다.

모차르트의 이런 브랜드 파워는 '친숙함'에서 나온다. 베토벤의 운명적인 엄격함이나 바흐의 경건함과 다르다. 모차르트는 밝고 쉽고 재미있고 감미롭다. 현대인의 브랜드 코드와 그대로 들어맞는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같은, 사랑 같은 모차르트를 그래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죽는다는 것은 더 이상 모차르트를 들을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그 모차르트가 모레(27일) 250회 생일을 맞는다. 생일 축하해요. 모차르트.

이정재 경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