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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막은「국민의 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필리핀의「아키노」대통령은 집권18개월동안 5번의 쿠데타 기도를 겪었다.모두 사전 봉쇄되거나 사후 진압됐지만 새 정부에대한 도전 잠재력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번의 쿠데타 세력은「마르코스」시대의 보수 좌파에 속했던 군부 개혁파들이다. 당시 집권세력을 구성하고 있었다는 점에서「아키노」의 민주화 세력과는 대립된다. 이들이「마르코스」체제의 복고를 기도했다는 흔적은 아직 없다. 그러나「아키노」정부의 개혁추진과 공산세력과의 화해모색에 반발하여 정권타도를 목적으로 봉기했다는 점에서 반동세력임에 분명하다.
「아키노」정부는적자경제를 3년만에 다시 흑자화하는데 성공했고 대중적 인기도 높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의 지지도 폭넓게 받고있다.
그러나 대내적으로는 아직도 많은 도전세력을 맞대고 있다. 그중가장 강력하고 도발적인 것은 이번 쿠데타를 기도한 그룹과 같은 계열인 반동세력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쿠데타기도는 그들의 소행이었다. 제2의 도전세력은 토지개혁에 저항하고 있는 대지주 중심의 보수세력이다. 봉건적 유산계급에속하는 이들은「아키노」정부의 경제·사회적 민주화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다음은 급진 노조다. 이들은 더많은 분배를 요구하며 시위를 계속했다. 이번「후나산」대령의 쿠데타는 바로 노조의 대규모 시위로 조성된 사회혼란을 틈타 시도됐다.
또 하나의 도전세력은 신인민군으로 상징되는 공산세력이다.「아키노」는 이들과의 휴전, 화해를시도해 봤으나 실패했다. 이같은 여러갈래의 강력한 도전을 극복하고「아키노」여사가그동안 정권을 유지할수 있었던것은 「국민의 힘」의 지지를 받아 출발했다는 정권의 정통성과집권후의 과감한 민주화개혁에 대한 국민적 동의에 바탕을 두고있다.
「아키노」대통령은 정부기반을 강화하고 개혁을 보다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몇가지 정책조정이 선힝돼야 할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개혁의 폭과 속도의 재조정이다. 사회·경제적인 개혁은지금의 수준을 유지하되 공산세력과의 타협은 좀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국내 단결에 도움이 될것으로 보인다.「아키노」정부의지나친 행위로 보수·우익이 자위조직을 결성,강화하고 쿠데타기도가 빈발하다는 현실을 결코외면해서는 안된다.
다음은 군의 정비다. 12만명 규모의 필리핀 군대는 「마르코스」의 장기 집권하에서 정치화,사병화 색채가 강해졌다. 국가나 국민보다는 특정 개인이나 정파에 더충성하는 이런 군대를 진정한 국군으로 체질을 고쳐 놓아야 한다.
이것은 군기강의 확립과 불순, 부패분자의 척결을 통해 가능하다. 이런 작업은 군부 자체에서 이뤄질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발전에는 언제나 혼란이 따른다. 이런 시련을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는 것이 지도자의 사명이요, 능력이다.아시아 신흥민주국의 시범이 돼있는 필리핀의 실험은 시사하는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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