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툰』식 월남전영화 제작 붐|미,『방탄재킷』 『햄버거고지』등 잇달아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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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미국에서 월남전을 다룬 영화들이 잇달아 제작되고 있다. 각 영화사들이 앞을 다투어 월남전 영화를 제작, 발표하고 각 주요 TV들도 너도나도 미니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월남전 영화 붐은 올해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수상한 『플래툰』의 홍행 성공에 자극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스탠리·쿠브릭」감독의 『방탄 재킷』(Full Metal Jacket)이 개봉된데 이어 비슷한 내용을 담은 「존·어빈」감독의 『햄버거고지』(Hamburger Hill)가 완성됐다.
유선TV인 HBO가 지난주 『월남전 이야기』(Vietnam War Story)를 30분짜리 3부작으로 방영, 큰 인기를 모았으며 CBS는 주간드라마 『의무복무』(Tour of Duty)를 9월중에 방영할 예정이다.
NBC도 『MASH』의 작가 「개리·골드버그」의 각본으로 『가족관계』(Family Ties)를 제작중이며 ABC와 FB도 월남전영화를 미니시리즈로 낼 계획이다.
이 같은 작품들은 모두 월남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다. 종래 『람보』나 『지옥의 7인』등에서처럼 참전용사를 「영웅」으로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은 비극과 갈등을 리얼하게 전달한다.
『방탄 재킷』은 기자의 눈을 통해 전반부는 해병 지원병들의 훈련과정을, 후반부는 유명한 테트공세때의 전쟁 장면을 그렸다.
훈련병이 지독한 훈련에 못 이겨 정신이상이 되어 교관을 사살하는 충격적인 장면도 나온다. 지난달 전국 극장에서 일제히 개봉돼 최고의 흥행 수익을 올리고 있다.
『햄버거 고지』는 69년 당시 미군의 70%가 전사한 유명한 베트남 고지에서의 격전을 배경으로 젊은 병사들의 극한상황을 묘사했다.
3부작 『월남전 이야기』는 전투장면은 거의 없이 병사들의 고통과 절망을 감동적으로 전달했다는 평이다.
지뢰밭에서 수색하는 병사들의 불안을 묘사한 1부 「지뢰」, 병사들이 만취된채 창녀들과 놀아나는 2부 「고갯길」, 병원에 후송된 부상병들의 비극을 그린 3부 「고국」편으로 엮어졌다.
불구자가 되어 훈장을 받은 한 병사는 『대통령을 위해서나 훈장을 타기 위해 고지 점령에 앞장선 것이 아니라 동료들을 도와주다 다리를 잃은 것뿐』이라고 주변의 위로를 반박한다.
HBO는 이 미니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이를 연중 주간드라마로 확대해 다시 제작할 계획이다.
『의무 복무』의 작가「제프·브라운」은 『60년대의 전쟁에 대한 격렬한 증오감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베트콩의 시각에서 「그들도 역시 인간이었다」는 에피소드를 엮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다.
월남전이 끝난지 12년. 이제 미국인들은 그 「부끄러운 전쟁」을 다시 되새겨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된 것이다. 이것은 『플래툰』에 대한 적극적 호응과 관심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미국 영화계는 내년에도 4편 이상의 월남전 영화를 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외신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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