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IA 기밀문서 속 '5·18 북한군 투입설 일축' 자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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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20일 재단 사무실에서 CIA가 공개한 기밀 해제 문서에 포함된 5·18 당시 북한 동향 관련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20일 재단 사무실에서 CIA가 공개한 기밀 해제 문서에 포함된 5·18 당시 북한 동향 관련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17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기밀 해제 문서 가운데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의 정세를 보여주는 문건이 나왔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한군 광주 투입설'을 일축하는 내용이다.

5·18기념재단은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CIA가 공개한 미국 기밀 문서 중 1980년 5~6월 작성된 북한 정세 관련 자료가 나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CIA가 194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수집한 6·25전쟁(한국전쟁) 자료 등이 담긴 1200만 쪽 가량의 문건에 5·18 관련 내용이 있는지 지난 18일부터 살펴보고 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20일 재단 사무실에서 CIA가 공개한 기밀 해제 문서에 포함된 5·18 당시 북한 동향 관련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20일 재단 사무실에서 CIA가 공개한 기밀 해제 문서에 포함된 5·18 당시 북한 동향 관련 자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재단은 80년 5월 9일 작성된 미국국가안전보장회의 자료, 같은 해 6월 2일 만들어진 미국국가정보위원회 자료에서 5·18 전후 북한의 동향과 정치적 판단에 대한 분석 자료를 찾았다.
재단에 따르면 '시크릿(secret)'으로 분류된 미국국가안전보장회의 자료에서 미국은 "북한이 남한의 정치 불안 상황을 빌미로 한 어떤 군사행동도 취하는 기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1979년 10월 26일과 12월 12일 사건에 무척 놀라고는 있다"면서다.

'탑 시크릿(top secret)'인 미국국가정보위원회에서도 미국은 "(5·18을 거쳐오면서) 북한은 남한의 사태에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김일성은 남한에 위협이 되는 행동이 전두환을 돕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지난 한 달 동안 반복된 북한의 입장은 남한의 사태(5·18)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이며 북한은 눈에 띄는 (자신들의) 행동이 전두환으로 하여금 '북한의 도발 위협'을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빌미를 제공해 결국 전두환을 돕는 행위라는 것을 직시하고 있다"고 봤다.

CIA가 공개한 기밀 해제 문서에 포함된 5·18 당시 북한 동향 관련 자료. 프리랜서 장정필

CIA가 공개한 기밀 해제 문서에 포함된 5·18 당시 북한 동향 관련 자료. 프리랜서 장정필
CIA가 공개한 기밀 해제 문서에 포함된 5·18 당시 북한 동향 관련 자료. 프리랜서 장정필

이들 자료는 극우 시사평론가 지만원(75)씨 등이 제기하고 있는 북한 특수군 600명의 광주 투입설, 북한 고위 권력층 400명의 광주 시민 위장침투설 등 주장을 일축하는 자료라는 게 재단의 설명이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미국 최고위층이 바라본 5·18 당시 북한의 상황으로 '북한군 광주 투입설'이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말했다.

재단은 이들 자료를 지씨에 대한 수사·재판을 맡고 있는 검찰과 법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5·18 당시 사진을 올린 뒤 광주 시민 7명을 '광주에 투입된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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