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근로자 임금ㆍ성차별에 2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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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달 월급은 받기가 무섭게 빈돈ㆍ외상값 갚고, 연탄들이고, 방세ㆍ전기세ㆍ수도세 등등을 내느라 1주일도 못가 바닥이 나버렸다. 그리고는 줄곧 라면을 벗삼아 지냈다.』 『현장관리자들은 걸핏하면 X년등 욕을 해대기 일쑤고 조금만 잘못하면 따귀를 때린다. 남자관리자들이 여성 노동자의 히프ㆍ종아리등을 만지고 「잘 빠졌는데」하며 희롱ㆍ멸시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상은 지난 5월말 한국여성노동자회 (회장 이영순) 가 발간한 『한국 여성노동의 현장』에 수록된 여성 노동자들의 생활고백. 6ㆍ29민주화선언이후 노사분쟁에 전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여성 노동자의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저임금ㆍ장시간 노동이라는 일반 한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위에 여성노동자들은 성차별이라는 또하나의 굴레를 쓰고 있다. 성차별은 실제로 노동시간을 비롯하여 임금과 직접관련이 되는 고용ㆍ직능ㆍ기본급 및 수당ㆍ승진ㆍ근속연수 계산등 곳곳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원장 김형덕)이 84년 발표한『여성인력 발전의 제도적ㆍ사회적 저해요인』이란 보고서는 전국 1백49개 직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인데 「취업에서 퇴직까지」 곳곳에 자리잡은 여성차별의 현실을 폭로한바 있다.
전국 임금근로자 총8백43만3천명중 여성은 35.1%인 2백96만2천명. 그중 신분 보장이 안되는 저임의 일용직은 여성이 전체의 44.6%로 훨씬높다 (경제기획원간 86년『경제활동 인구연보』 ). 임금 또한 여성 노동자가 71.3%를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의 경우 월급여총액이 10만원 미만노동자중 여성이 83.3%. 여성 노동자중 10만원 미만이 11.9%, 14만원 미만은 55%다 (86년 노동부통계). 이것을 86년 노총이 발표한 1인 단신 여성 노동자의 한달 생계비 17만7천3백6원과 비교하면 여성 노동자의 86%가 생계비 이하의 저임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영순씨는 그밖에 여성노동자들만의 심각한 문제로 기혼여성 근로자수(85년 제조업체 근로여성중 20.4%) 가 늘어감에 따라 야기되는 노동현장에서의 모성보호, 여성인권과 관련된 성폭력, 노동환경등을 지적한다.『여성 근로자의 자의식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한 보라매 청소년회관 상담실장 정은씨는 일반 근로 여성의 중견층 가정주부 지향의 비현실적인 결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혼관이 그들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커다란 장애가 되고있다고 밝힌다. 즉 대부분의 여성 근로자가 고달픈 현실에서의 탈출구로 화이트 칼러남성과의 결혼을 꿈꾸며 오늘의 직장을 잠시 머무를 곳이라 생각, 숙련된 기술 습득과 현실 개선에 수동적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직장상사 또는 남성 동료와의 성문제등은 대부분 고달픈 현실에서 작은 위안, 작은 선심에도 쉽게 마음이 쏠리게되는 감정상태 때문이라는 것이 석탑출판사 노동상담실 최영희대표의 이야기. 따라서 이들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평생의 일로서 숙련된 기술 습득등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직업의식과 함께 현실적이고 바른 결혼관을 심어주는게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 여성 노동자의 작업현장에서의 성차별을 직장단위 노동문제뿐 아니라 여성운동의 하나로, 전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범행된 노력이 필요하고 효율적이라고 최씨는 얘기한다. 몇몇 노조에서는 여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각에서의 노조운동이 진행되고 있다.<박금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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