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한국 조선공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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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대중공업의 격렬한 노사분규에 이어 대우조선의 분규과정에서 1명의 희생자를 내는등 조선업계의 노사분규가 과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내 조선업계가 안고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수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구주·일본등에서 노임상승등 경쟁력의 약화로 사양화되고 있는 조선업을 우리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해 왔다는 산업정책적인 판단이었다 할수 있다.
다른 나라가 임금이 비싸 못하겠다는 산업을 값싼노임을 믿고 들여왔는데 이제 근로자들이 값싼 노임에 참을수 없다며 어느 의미로 우리 조선공업은 존폐의 기로를 맞고있는 셈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조선공업에 들인 방대한 투자가 거의 내외의 빚으로 이루어져 엄청난 부채부담 때문에 경영에 운신의 여력이 없고 설상가상으로 5년가까운 세계조선업계 불황으로 경영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대우의 경우만 하더라도1백만t급 대형탱커와 35만t급및 12만t급 중형탱커를 동시에 건조할수 있는 방대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대신 연간 매출액 7천3백억원 (86년) 의 2·1배에 달하는 1조4천8백92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86년의 영업실적은 매출액의 6·1%에 해당하는 4백46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근로자들의 처우를 보면 고졸 기능직사원의 경우 기본급 15만9천원에 수당 3만5천원의 초임을 받고있으며 여기에 시간외 근무수당, 식사비등을 합하면 25만원을 조금넘고 있다는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초임기준·보너스 연4백%별도).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볼때 월20만원이 채 안되는 급여에 불만을 갖지 않을수없으나 회사측으로서는 엄청난 부채에 조선경기불황으로 근로자들의 요구를 쉽게 들어줄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정은 조선업계에 거의 공통된 현상으로 사정이 조금 낫다는 현대만 하더라도 9천6백1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삼성조선이 6천7백6억원, 조공이 3천7백60억원의 부채를 각각 안고있어 조선업계의 총부채는 무려 3조4천9백76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최근 조공이 경영난으로 은행의 법정관리를 받게된것도 이같은 구조적 문제에 원인이 있다.
더우기 83년이래 불어닥친 세계조선업계의 불황은 국내 조선업계에 엄청난 타격을 안겨주었다.
83년에 3백83만t에 달하였던 수출선 수주량이 84년에는 2백25만t으로, 85년에는 93만t으로 83년의 4분의1수준으로 격감했다.
이때문에 조선각사는 대우의 겅우 84년에 2만3천3백16명이던 기능직 종업원을 86년에는 1만5천1백명, 그리고 올해 4월까지에는 1만2천4백77명으로 3년간 1만8백39명이나 대폭 감원하는등 감량경영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아니라 최근에는 원화절상으로 수지가 악화되고 있느데다 엔화절상으로 사양화의 길을 급속히 밟고 있는 일본이 덤핑으로 수주경쟁에 나서고있어 지금의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노사분규는 이제 바야흐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1의 조선국을 지향하는 우리조선업계의 뒤통수를 친격이라 할수있다.
우리는 이제 조선공업을 살릴것인가 계속 키워야할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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