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명물 「한국 종합무역 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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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무역협회가 민자 1천2백50억 원을 포함, 2천6백 억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서울영동 현 한국종합전시장(KOEX)부지 위에 짓고있는 한국종합무역센터가 빠르면 내년 2월중3년간에 걸친 공사를 끝내고 준공된다.
연면적 17만3천 평이라는 방대한 규모도 대단하지만 지상55층 높이의 초고층 오피스빌딩과 33층 짜리 매머드호텔, 단일매장으로는 국내최대의 쇼핑센터, 세계1류 수준의 대형 전시장, 출입국관리를 위한 공항터미널 등을 한 울타리안에 골고루 갖춘 이 초대형 건물군이 완성되면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의 명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사무동 하나 짓는데만 순 건축비로 6백40억 원이 들고, 전시동은 7백 억원, 그리고 민자를 유치해 짓고있는 호텔(7백32억 원), 쇼핑센터(3백20억 원), 공항터미널(1백98억 원)등도 하나같이 엄청난 사업들이다.
이 거대한 종합무역센터가 완공되면 해외바이어 및 국내 무역업체에 대한 「원 스톱」(one stop)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무협의 계획.
즉 무역활동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한자리에 모아 신속하고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바이어들에게 상품을 보여주고 상담을 할 수 있는 전시장이 필요하고, 협회나 조합·은행·세관 등 지원기관 및 무역업체가 사용하는 오피스빌딩도 있어야 하며 바이어가 여기서 먹고, 자고, 쇼핑까지 할 수 있도록 호텔과 쇼핑센터도 함께 갖추어 져야 한다는 것이 무협측 설명.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국제공항을 충북청원으로 옮길 것에 대비, 서울로 들어오는 바이어들이 입·출국시 겪을 불편을 덜어주기 해 아예 이곳에 공항터미널까지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 외에도 올림픽을 겨냥한 과시적 목적도 감안, 건설되고 있는 건물 하나 하나가 최첨단의 호화시설이 되도록 신경을 쓰고있다.
무협 및 수출입 유관기관, 무역업체가 입주하게될 오피스빌딩인 55층 규모의 무역회관(연면적 3만3천 평)에는 무역정보센터·국체회의장·무역자료실·LAN(근거리통신망)및 무역전산실·무역연수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고, 연면적 5만1천5백 평 규모의 매머드종합전시장에는 수출관·수입관·기업홍보관·샘플전시실 등 상설전시장을 비롯, 품목별 전시를 위한 전문전시강도 마련된다.
민자를 유치해 짓고있는 33층 짜리 호텔은 6백4개의 객실을 갖춘 최고급호텔로 세계적인 호텔체인인 미국의 인터콘티녠탈사가 운영을 맡게 된다. 지상7증, 지하4층, 연면적 2만3천평의 쇼핑 센터도 규모나 시설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무협이 자체자금으로 짓고있는 사무동과 전시동에만 총1천5백80억 원(부대비용 1백50억 원포함)이 공사비로 소요된다. 무협이 마련해 놓고 있는 자금조달계획을 살펴보면 우선 상업은행주식 매각을 통해 2백50억 원 이상을 조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당초 보유하고있던 2천4백 만주 가운데 지난해 이미 1천 만주를 매각한데 이어 올 들어 70만주를 매각, 지금까지 1백24억 원을 마련했다.
또 뉴욕 파크애비뉴에 보유하고 있는 22층 짜리 코리아센터빌딩의 자본금을 1천만달러에서 3백만 달러이하로 대폭 줄여, 지난 85년 이미 7백50만 달러(약65억 원)를 공사비로 쓰기위해 들여왔다. 이밖에 서울회현동에 있는 현 무역회관빌딩을 처분해 1백50억 원, 예산절감을 통해 25억 원, 현재 짓고있는 사무동과 전시동의 임대보증금으로 1백70억 원 정도를 조달한다는것이다.
그래도 모자라는 약9백 억원은 특계자금으로 조달할 계획.
즉 총공사비의 59%를 특계자금에 의존하겠다는 것인데 당초 종합무역센터건립의 타당성 문제가 논란이 됐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출진홍에 쓴다는 명분하에 수출용 원자재를 제외한 모든 민간수임에 대해 수입금액의 0.2%를 거둬들여 조성되는 자금이 특계자금. 무협총회 결의사항을 근거로 지난 70년부터 걷기 시작한 특계자금은 무협이 맡아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점은 말썽이 되어온 무역특계자금의 계속 존치를 전제로 자금계획을 마련했다는 것 외에 호텔·쇼핑센터 등 민자사업.
현대·럭키금성·한일합섬 등 재벌그룹이 민자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비영리단체인 무협이 대기업과 손잡고 영리사업에 뛰어든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게끔 된 점이다.
그 결과로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는다는 묵계 아래 럭키금성그룹과 현대그룹이 각각 호텔과 쇼핑센터사업의 대주주로 참여하고, 금호그룹은 공항터미널사업의 대형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
호텔사업을 위해 설립된 한무개발의 경우 무협이 토지제공을 통해 총자본금 6백86억5천 만원의 40.2%를 출자하고, 럭키금성계열의 호남탱커가 2백 억원(29%), 현대그룹의 현대산업개발이 1백27억 원(18·5%), 한일합섬이 34억8천 만원(5%)을 각각 출자하고 있다.
쇼핑센터사업을 위해 설립된 한무쇼핑은 무협이 토지출자로 45.5%의 지분을 갖고, 현대산업개발이 83억 원(총자본금 3백6억5천 만원의 27·1%), 호남탱커 60억 원(19·6%), 한일합섬 15억2천 만원(5%)을 각각 출자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그룹 내 유통사업체인 금강개발(현대백화점)을 통해 쇼핑센터경영에 나설 계획.
한국공항터미널(주)은 무협이 50%, 금호가 1백20억 원으로 총자본금 2백75억6천 만 원의 43.5%를 출자, 금호는 광주고속 등 육상운수사업에 이어 항공서비스사업분야까지 진출하게 된 셈이다. <배명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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