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연 설득에 박수갈채치경분규 노사공존 위해 한발씩 양보|공설운서 상분 단상대화|"질서"구호속 분위기 급변|한때 중기 몰고 행진 교통마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울산=특별취재반】국도와 간선도로를 점거, 도시기능을 한때 마비시키며 파국으로 치닫던 현대그룹 3만 근로자의 연합시위는 40분에 걸친 단상 설득과 근로자들의 자제·양보로 극적으로 반전, 화합의 전기를 마련했다.
노사분규가 극적으로 타결돼 20일부터 정상조업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앞에는 19일 상오8시쯤 근로자 1백 여명이 나와 3개항의 협상결과가 적 벽보를 들여다보며 회사측의 조업재개조치를 환영했다.
◇합의과정=한진희차관 등은 하오6시46분쯤부터 운동장 지하 임원실에서 근로자대표5명과 협상을 시작.
근로자들은 이 자리에서 ▲정명예회장이 울산에 와 협상에 응할 것 ▲민주노조인정▲9월1일까지 임금인상이 타결되도록 할 것 등 3개항의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이어 하오7시43분부터 시작된 2차 협상에서 회사측은 정명예회장이 울산에 오는 대신 사장단이 전권을 위임받아 협의에 응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근로자대표들은 처음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다 10분 뒤 이를 수락, 한차관이 근로자들 앞에 나가 합의사항을 직접 발표해줄 것을 요구, 이를 한차관이 받아들였다.
◇합의사항 발표=하오8시쯤에 울산시장이 근로자들의 평화적인 가두시위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3트럭분의 빵·우유를 전달한 후 하오8시35분쯤 운동장에 도착한 한차관은 근로자대표들과 30여분간 협상끝에 하오9시10분쯤 3개항의 중재안을 발표했다.
『오늘의 현대그룹이 있게 된것은 여기 모인 근로자여러분의 피땀어린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근로자들의 격앙된 목소리로 떠나갈듯 시끄러웠던 장내는 한진희차관의 격려에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졌다.
한차관이 합의사항을 읽어 내려가자 열부근로자들은『내려와』 『집어치워』 라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근로자들의 야유와 비난이 의외로 거세지자 노조대표들은 『질서』를 외치며 자제를 당부했다.
◇해산=곳곳에서 애국가와 현대사가가 메아리쳤다.
한차관은 『노동문제에 30여 년 일해온 저이지만 오늘 여러분 앞에 섰던 기억은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겁니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하오9시30분부터 운동장에 있던 근로자들은 『우리는 모두 승리했다』고 의치며 울산시청이 제공한 버스 등에 분승, 귀가했다. 이때 연도의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영했다.
◇국도점거=하오6시부터 공설운동장을 빠져 나온 시위대는 하오7시50분쯤 1㎞쫌 떨어진 효문로터리를 완전점거, 경주∼부산간과 울산∼방어율사이 2개 국도를 마비시켰다.
1천 여명의 시위대는 하오8시30분쯤 운동장입구에 있던 지게차2대, 덤프트럭5대, 소방차2대 등을 몰고 가 왕복6차선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쳤으나 하오9시30분쯤 운동장에 있던 근로자들이 노동부 중재안을 수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장비 등을 몰고 자진 해산했다.
이에 앞서 하오2시30분에는 가두시위에 참가했던 근로자·가족 등 2백 여명이 남목동 남목3거리 앞 왕복4차선 국도를 가로막아 하오5시까지 방어율∼울산시사이 교통이 차단되기도 했다.
◇공설운동장농성·협상=하오4시30분쯤 공설운동장에 도착한 가두시위대 3만 여명은 몰고 온 중장비 등으로 운동장 출입문을 가로 막은 채 『민주노조 인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하오·지시30분쯤 근로자1천 여명은 운동장주변에 있던 최현지 울산경찰서장을 에워싸고 『17일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한 것에 대해 공식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