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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시대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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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엔 예금만, 돈이 필요할 땐 P2P(개인 대 개인) 대출로, 투자 자문은 로보어드바이저(로봇이 금융 자문)에 맡긴다. 중앙은행에선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한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한국 금융의 미래다. 이미 현실이 됐거나 가까운 미래에 닥칠 일이다. 한은은 이런 내용의 ‘디지털 혁신과 금융 서비스의 미래’ 보고서를 17일 발간했다.

금융결제국 전자금융조사팀 김정규 팀장과 이주연 과장이 작성했다. 그동안 예금과 대출, 국내외 송금, 투자 자문은 모두 금융회사 몫이었다. 핀테크는 이 장벽을 허물었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비금융회사가 기존 금융회사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금융업이 기능별로 분할하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 금융회사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연쇄 효과는 크다. 금융회사의 규모와 수익은 감소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줄어들 걸로 한은은 관측했다. 예금과 대출이자 차이로 거둬들이는 수익(예대 마진), 지급결제 관련 수수료 대부분이 핀테크를 내세운 비금융회사로 넘어가는 흐름에 따라서다. 한은은 금융서비스 중에서도 ‘지급ㆍ송금→자산 관리→예금과 대출’ 순으로 이런 변화가 빨리 나타나겠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규 기업의 시장 진입으로 소수의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특정 금융사에 의한 전체 시스템 위기 가능성이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7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초대형 금융회사의 파산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사태는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대신 한은은 “비금융회사의 운영ㆍ보안 리스크(위험), 금융서비스시장 참가자 확대에 따른 신용ㆍ유동성 리스크 등 새로운 위험 요인이 대두하겠다”고 내다봤다.

중앙은행의 역할도 따라 바뀐다. 지폐나 동전, 수표 같은 전통 화폐의 사용이 줄면서 한은 같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일도 머지않은 현실로 다가왔다. 영국과 캐나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이미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한은도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과제로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 연구 ▶비금융회사의 금융시장 참여 기반 확대 검토 ▶디지털 혁신 과정에서의 새로운 위험 점검ㆍ감시 강화 ▶금융 안정과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 유의 등을 제시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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