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방문, 이젠 취미가 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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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장성규(사진.56)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누가 취미를 물으면 "매장 방문"이라고 답한다. 2002년 12월 취임 이래 3년 동안 전국 매장만 5000번 찾았다고 한다. 하루에 보통 5~6곳을 찾는 셈이다. 매장 방문길에 그가 수행 비서 대신 항상 챙기는 것이 있다.

직원들의 특징과 신상 변화 등을 직접 작성한 메모다. 이 종이를 들고 장 대표가 20일 하루 동안 찾은 매장만도 명동.남대문점 등 다섯 군데다.

그는 명동점을 들러 이달 초 결혼한 직원 이영선씨의 손을 잡고 "신혼 여행은 잘 다녀왔냐"고 안부를 물었다. 남대문점 직원 배은경씨와는 시장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배씨가 "최근 출시된 '티 라떼'가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하자 장 대표는 이 내용을 꼼꼼히 적었다. 현장에서 들은 정보를 갖고 2주에 한번 꼴로 본사 직원들과 회의도 연다.

지난해 출시된 한글 무늬 머그컵과 녹차 음료인 그린티 라떼도 매장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제품이다. 장 대표는 매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서비스해야 직원들이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한다"며 "직원들의 의견과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는 현장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전국에 146개의 커피전문점을 갖고 있다. 1999년 첫 점포를 낸 뒤 매년 점포를 20~30개씩 확장해왔다. 가맹점 위주로 영업하는 다른 유통 체인과 달리 회사가 전 점포를 직접 운영한다. 장 대표는 이에 대해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일을 제 3자에게 맡길 수 없기 때문"이라며 "위험 부담은 높지만 품질 관리와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점포 확장을 군사 진격 과정에 비유했다. 공병(工兵)인 개발조직이 점포 부지를 물색하면 포병(砲兵)인 마케팅팀이 매장을 꾸민다. 그 다음 보병(步兵)인 판매 직원들이 고객들을 상대한다는 것이다. 그는 "강남.명동 등 임대료가 비싼 곳에 점포가 몰려있지만 적자를 보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며 "직원들이 주인 정신을 갖고 일한 덕택에 매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다이어리와 신문 등을 이용한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스타벅스 로고를 넣은 다이어리는 지난해 말 7만개가 팔렸다. 매장에서 무인 판매되는 중앙일보와 영자신문(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다이어리.신문 등 아날로그적 코드가 젊은층에 잘 통한다"며 "따지고 보면 커피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는 우리 매장 역시 아날로그 시대의 상징"이라며 웃었다. 장 대표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 기획담당 상무 등을 거쳐 2002년부터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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