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왜 중국 작물연구소 들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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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방문 마지막 시찰 일정으로 18일 들른 베이징(北京) 중국농업과학원 소속 작물과학연구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곳이 농작물 품종개량과 재배방법 개선을 주로 연구하는 기관이어서 식량 사정이 나쁜 북한으로서는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은 18일 오후 7시 종합뉴스의 첫 소식으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전하면서 작물과학연구소 방문 화면을 상세하게 내보냈다. 화면에서는 동행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감자를 손에 들고 칼로 써는 동작을 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무엇인가 설명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어 김 위원장이 귀를 기울여 듣는 장면과 전시용 목화를 살펴보는 장면 등이 방영됐다. 중국 관영 방송이 김 위원장 방중의 하이라이트로 작물과학연구소 방문을 선택한 것이다.

작물과학연구소는 보리.콩.벼.감자 등 식량 작물의 품종개량과 재배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2003년 문을 열었다. 연구소는 작물육종재배와 작물품종자원, 육종 연구를 수행하던 각 연구기관을 통합해 만든 비영리 기구다.

이 연구소에는 석.박사급 연구원 314명이 일한다. 69종에 이르는 각종 설비와 468대의 고가 실험장비를 갖추고 있다. 연구원 측은 "장비 구입에만 8053만 위안(약 98억원)을 들였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을 비롯한 유전학.생물정보학.식물병리학 등 다양한 식물 분야 전문가들로 이뤄져 있다.

김 위원장이 이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북한 측이 농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지난해 작황이 다소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양강도 대홍단군과 이웃 삼지연군에 방대한 면적의 감자 재배 단지를 만드는 등 전략적으로 식량 확보에 나섰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김 위원장은 이에 따라 중국의 대표적인 작물연구소를 견학하면서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러한 식량난 때문에 북한 당국자들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농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김 위원장은 2004년 4월 방중 때에도 농업 부문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베이징 인근에 있는 시범 농촌단지인 한춘허(韓村河) 방문 시도가 그 예다. 당시 방중 이튿날 김 위원장이 직접 이곳을 찾으려고 했으나 취재진이 이를 미리 알고 몰려들자 방문을 취소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위원장은 박봉주 내각총리를 대신 보내 이곳을 둘러보게 했을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농장과 유통망을 함께 갖추면서 부농의 꿈을 이룬 한춘허의 사례를 직접 배워 북한에 적용해 볼 의사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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