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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쥔 신소비권력…Z세대가 가족 지갑 움직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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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비주도권이 ‘Z세대’(13~21세)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보기기 사용에 능숙해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으로 평가받는 Z세대는 현재의 구매력은 약하지만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부모의 구매 패턴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을 잡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인공지능(AI) 도입 등 유통의 디지털화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IBM, 16개국 1만5000명 설문 조사
디지털 기기 사용 능숙해 정보 많아
부모의 제품 구매 때 가이드 역할
아마존, 온·오프 통합 매장 시험 오픈
롯데 등 국내 기업도 AI서비스 준비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국소매연맹(NRF) 빅쇼에서 IBM 기업가치연구소는 ‘유일무이한 Z세대(Uniquely Gen Z)’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16개국 1만5000명의 Z세대를 설문 조사한 결과다.

Z세대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세대(Y세대) 다음으로 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서비스와 함께 성장했다. 다른 세대와 달리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기억이 없다.

NRF는 미국과 45개국의 백화점·할인점·온라인업체 등이 참여하는 소매협의체로 매년 빅쇼를 통해 유통산업의 미래를 고민하고 화두를 던진다. NRF의 대표인 매슈 샤이는 “밀레니얼세대가 X세대를 추월한 것처럼 Z세대가 유통업체들이 대비해야 할 새로운 세대”라고 평가했다.

설문으로 확인된 Z세대의 특징은 직관적이고 개인화된 정보를 원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여가 시간을 대부분 온라인 접속(74%)으로 보내며 25%는 하루 5시간 이상 온라인에 접속해 있다. 스마트기기로는 스마트폰(75%)을 선호한다. 60%는 느리거나 복잡한 애플리케이션·웹사이트에는 접속하지 않겠다고 했다.

10~20대 초반이라 큰돈은 벌지 못하지만 막강한 소비의지와 영향력도 갖고 있다. 75%가 매달 지출 가능한 금액의 절반 이상을 소비한다고 응답했다. ‘부모의 어떤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Z세대는 식음료(77%)와 외식(63%), 생활용품(73%)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가구(76%)와 가전제품(61%), 여행(66%)에까지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끼친다고 응답했다.

IBM의 스티브 러플린 본부장은 “Z세대는 직관적이고 관심사에 맞는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대한다”며 “유통기업들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개인화된 양방향 경험을 개발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Z세대가 성인이 되고 소비의 주역이 됐을 땐 디지털화되지 않은 유통업체는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란 얘기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유통 공룡 아마존은 지난해 말 AI 온·오프 통합 점포인 ‘아마존고’를 시험 오픈했다. 지하철 개찰구 같은 기기에 아마존고 앱을 터치하면 자동으로 소비자를 인식한다.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을 가방에 담아 가게를 나가면 된다. 생체인식 센서, 딥러닝 기술 등을 이용해 정확히 소비자의 쇼핑 리스트를 알아낸다.

판매사원과 영업망 관리에 치중해온 한국의 유통기업도 최근 들어 AI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인터파크와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업체는 물론 현대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업체도 챗봇(채팅 로봇)을 통해 상품 주문부터 추천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제한된 질문에 제한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롯데그룹은 한발 더 나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한국IBM과 업무협약을 맺고 클라우드 기반 인지컴퓨팅 기술인 왓슨 솔루션을 5년 내에 전 계열사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주요 계열사 대표들에게 AI를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고 롯데백화점은 AI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했다.

롯데의 왓슨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은 “AI의 도입은 유통사의 관점이 아닌 고객의 관점으로 쇼핑 산업을 재편한다는 의미”라며 “왓슨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쇼핑을 제안하고 상품 개발도 히트 확률을 예측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이현택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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