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대신 젬베 치며 현대무용…자유학기제, 학교가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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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의 매괴여중은 지난해 2학기에 1학년 음악·미술·체육 수업을 묶어서 했다. 융합수업은 한 번에 2시간씩 주 2회였다. 음·미·체 교사 2~3명이 함께 들어왔다. 학생 다섯 명씩 조를 짜 무용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음악 교사는 아프리카 타악기 ‘젬베’를, 체육 교사는 현대무용을 가르쳤다. 미술 교사는 무용에 쓸 가면 제작을 지도했다. 이 수업에선 음악 이론이나 미술사는 배우지 않았다.

충북 매괴여중 학생들이 자유학기에 연습한 현대무용을 지난해 12월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충북 매괴여중 학생들이 자유학기에 연습한 현대무용을 지난해 12월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전교생 앞에서 발표회를 열었다. 전교생이 100명을 겨우 넘는 학교에서 이런 수업을 한 것은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라서였다. 지난해 모든 중학교에 도입된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학생이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진로 체험을 하게 하는 제도다. 매괴여중은 교육부로부터 ‘자유학기제 최우수 학교’로 꼽혔다. 이 학교 정애련 체육 교사는 “과목별 시험을 보는 학기엔 예체능 교사가 함께 운영하는 수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음악·미술·체육 융합수업도 가능
이준식 “지자체·기업 참여 유도”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자유학기제 성과발표회’에선 비슷한 체험담이 소개됐다. 강원도 단구중 문지영 음악 교사는 “시험 보는 학기엔 교과서에 나오는 음악만 학생들에게 들려줘야 했다. 자유학기엔 학생 스스로가 원하는 음악과 악기를 선택하면서 웃음이 많아졌다”고 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전국 3213개 학교 교사·학생 11만여 명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자유학기 시행 이후에 학생과 교사의 학교생활 행복감이 높아졌다. 서울 용강중 안정빈(14)양은 “산과 수목원 체험을 하면서 환경전문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자녀의 이런 모습을 보며 자유학기에 공감하는 학부모도 늘었다. 지난해 대구 천내중에 입학한 아들을 둔 학부모 이모씨는 입학 직후 아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걸 하나도 모르겠다. 자퇴하고 싶다”고 해 걱정이었다. 자유학기에 아들이 요리 실습, 영화 관람 등을 하며 재미를 붙였다. 이씨는 “아들이 공부엔 여전히 관심이 없지만 글쓰기를 좋아하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만족도를 높인 사례도 있다. 경기도 오산시는 공공기관·기업체와 100여 개 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택시·버스 회사는 학생들을 체험 장소로 데려다 줬다.

지역·학교에 따라 자유학기 프로그램의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자체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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