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원작 3편 찍고 웹찢남 별명 얻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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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드라마 ‘미생’ ‘마음의 소리’ 등 웹툰 원작의 작품에서 열연해 ‘웹찢남’(웹툰을 찢고나온 남자)이란 별명이 붙은 배우 김대명. 별명에 걸맞게 커튼을 힘차게 열어젖히는 포즈를 취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드라마 ‘미생’ ‘마음의 소리’ 등 웹툰 원작의 작품에서 열연해 ‘웹찢남’(웹툰을 찢고나온 남자)이란 별명이 붙은 배우 김대명. 별명에 걸맞게 커튼을 힘차게 열어젖히는 포즈를 취했다. [사진 장진영 기자]

드라마 ‘미생’(tvN)의 뽀글머리 김동식 대리, 시트콤 ‘마음의 소리’(KBS2)의 엉뚱남 조준, 그리고 영화 ‘내부자들’의 비열한 고기자. 배우 김대명(37·사진)이 웹툰 원작의 작품에서 만들어낸 캐릭터들이다.

드라마 ‘마음의 소리’ 엉뚱남 김대명
친근한 외모에 속옷 패션으로 인기
‘미생’ ‘내부자들’서도 인상적 역할
시인 꿈꾼 11년차 배우, 요즘도 시 써

2차원의 웹툰 캐릭터들에 숨을 불어넣어 현실감 넘치게 그려내는 솜씨를 보면, 그에게 왜 ‘웹찢남’(웹툰을 찢고 나온 남자)이란 별명이 붙었는지 이해할 만 하다.

회사 사무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미생’의 김대리 역으로 인지도를 높인 그는 최근 종영한 ‘마음의 소리’에서 또 다시 생활연기의 진수를 선보였다. 하늘색 속옷세트를 즐겨입는 조준 역을 맡아 일상의 황당한 사건들을 시치미 뚝 뗀 채 코믹하게 펼쳐냈다. 중국 출장 중 영상통화를 통해 가족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인터넷 맨’편, 짧은 영어실력 탓에 호텔 화재 오인사건에 휘말리는 ‘대륙의 화재’편 등에서 활약이 대단했다. “본격적인 코미디 연기가 처음이어서 부담이 컸어요. 코믹하고 황당한 설정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 살고자하는 욕망을 나름 진지하게 표현했습니다. 코미디지만 순간순간 진지하게 접근했던 게 더 큰 재미를 만들어낸 것 같아요.”

그는 장르는 다르지만 ‘미생’과 ‘마음의 소리’가 맞닿아있는 점이 있다고 했다. “조준처럼 자기는 늘 진지한데, 남들이 보기엔 엉뚱한 친구가 주변에 얼마든지 있잖아요. 그런 현실적인 인물이 회사내 관계(미생), 가족간의 관계(마음의 소리)를 통해 성장해간다는 점에서 두 작품은 비슷하다고 봅니다.”

김대명은 ‘둥글둥글한’ 외모에서 오는 친근함과 개성강한 목소리를 잘 활용하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다. 본격적인 상업영화 데뷔도 ‘더 테러 라이브’의 테러범 목소리 연기로 했다. “2006년 연극판에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중후함과는 거리가 먼 얇은 목소리가 컴플렉스였어요. 어느 날 ‘남의 목소리를 흉내내지마. 네 목소리는 지금도 객석 끝까지 다 들려’라는 연출자의 말을 듣고서 내 목소리의 장점을 키우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서 그는 연쇄살인범(특종:량첸살인기), 독립군(덕혜옹주), 원전노동자(판도라) 등 독특한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했다. 그는 보기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보이는 이미지 덕분에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고 했다.

“독립군이라고 매순간 비장하진 않잖아요. 연쇄살인범이라고 늘 악한 얼굴만 하진 않듯이. 어떤 캐릭터를 맡든지 울고 웃고 화내는 일상의 표정들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원래 그의 꿈은 시인이었다. 고교 시절, 교지에 작품을 내고 라디오 프로그램 백일장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시를 잘 썼지만,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한 편의 시 같은 영화를 보고 연기도 시와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는 그는 지금도 틈틈이 시를 쓰고 있다.

“사람들이 자기들 주변의 누군가처럼 친근하게 느끼는 ‘만만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캐릭터로 치면 ‘미생’의 김대리 같은 배우죠.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미생이겠지만 죽을 때까지 완생을 추구해갈 겁니다. 어릴 때부터 버스 안에서 책 읽는 버릇이 있는데, 지금도 대본을 집중해서 볼 때는 버스를 탑니다.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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