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성폭행 용의자 '발바리'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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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형사들이 19일 검거된 연쇄 성폭행범 이모씨(흰 모자)를 대전 동부경찰서로 이송하고 있다.[대전=뉴시스]

10여 년간 전국을 떠돌며 부녀자를 성폭행해 연쇄 성폭행 용의자'발바리'가 19일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 동부경찰서는 이날 오후 4시30분쯤 서울 강동구 천호동 한 PC방에서 이 사건의 용의자로 공개수배했던 이모(45.무직.대전 대덕구 송촌동)씨를 상습 강도.강간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이씨는 지난해 1월 10일 오전 4시쯤 대전시 대덕구 중리동 모 원룸주택에 침입, Y모(28)씨를 성폭행하는 등 1999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대전.청주.수원.대구.전주 등의 주택가에서 74차례에 걸쳐 82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240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다.

?검거 과정=지난 1년 동안 집중적으로 범인을 추적해 왔던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 이틀 만인 이날 오후 4시30분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PC방에서 용의자 이씨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종적을 감추고 서울로 달아나 PC방 등을 전전했던 이씨는 이날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경찰의 인터넷주소(IP) 추적을 통해 소재가 파악됐다. 평소 이씨가 바둑을 즐겨 둔다는 점에 착안해 그가 인터넷에 접속할 것으로 예상한 경찰의 발 빠른 대응이 검거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운동신경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이씨가 포위망을 뚫고 달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형사 20여 명을 동원, 조심스럽게 현장을 포위하고 검거작전을 펼쳤다.

이씨는 처음엔 놀라 저항했으나 이내 순순히 포기하고 검거에 응했다. 그는 경찰에게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10여 년간 수십 건의 성폭행을 저지르고도 지문조차 남기지 않은 채 유유히 달아났던 이씨를 검거하기까지 경찰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히 DNA 수사기법이 일반화한 99년부터 데이터 분석에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DNA 자료를 축적했다. 지난해 충남 지역에서 음주단속 시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채혈을 요구한 운전자들의 혈액을 수거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발바리와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이씨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 엽기 행각=경찰은 이씨가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들을 농락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전자 감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범행까지 포함하면 발바리 피해 여성은 1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바리라는 별칭은 90년대 중반 대전 둔산 지역에 자주 발생했던 여성 성희롱 사건의 용의자들이 강아지(발바리)처럼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와 범행을 저지르고 재빨리 달아난 데서 유래했다. 그는 주로 운동복 차림으로 마스크를 한 채 새벽에 귀가하는 유흥업소 여성의 뒤를 살금살금 뒤쫓아가 여성이 자신의 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 따라 들어가 흉기로 위협, 성폭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발바리는 신원을 감추기 위해 피해 여성을 강제로 목욕시켜 유전자 검사를 피하는 교활함까지 보였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어떻게 검거 했나

▶ 1999년 이후:유사 성폭행 범죄 발생 시마다 관할 경찰서별로 DNA 분석 및 자료 축적.

▶ 2005년 말:음주측정 거부한 운전자 혈액을 갖고 DNA 검사, 발바리와 동일한 유전자 소유자 신원 확인.

▶ 2006년 1월 초:용의자가 인터넷 바둑 즐긴다는 사실 확인/인터넷 게임 ID 등 확보.

▶ 2006년 1월 17일:공개 수배.

▶ 2006년 1월 19일:서울 천호동 PC방에서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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