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채용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에 얽매여 근로자들을 계속 솎아내고 있는 것이다.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부행장도 5일 뉴욕 맨해튼 아발론호텔에서 열린 주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간담회에서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해도 당장은 일자리가 생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의 최종 목표가 일자리 창출인데, 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쪽으로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각 부문 경기회복세 뚜렷=5일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발표에 따르면 소매.금융.건설분야의 경기를 말해주는 7월의 서비스업 지수가 65.1로 1997년 10월 이후 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6월의 60.6이나 전문가들의 7월 예상치 58.0을 껑충 뛰어넘은 것이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국면을 의미하는데, ISM 서비스업 지수는 4개월 연속 50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과 올 들어 이어진 주가 오름세, 초저금리 등이 경기 회복을 북돋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전망에 관해선 미국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孫부행장은 올 2분기에 2.4%를 기록한 미국의 성장률이 하반기엔 4%선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하반기부터 시행된 2차 감세조치가 소비지출을 늘려 성장률을 1%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주 발표된 7월의 ISM 제조업 지수도 51.8로 전달의 49.8보다 높아졌다. 7월 지수는 올 1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줄어드는 듯하던 미국 기업들의 감원 발표가 7월에 다시 크게 늘어나 고용시장 회복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노동시장 조사 전문업체인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사는 5일 7월 중 미국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규모가 전달보다 43%나 증가한 8만5천1백1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6월의 감원 발표는 6만명을 밑돌아 기대를 부풀렸으나 다시 치솟은 것이다. 이로써 올 들어 7월 말까지 발표된 기업들의 감원은 71만5천여명에 달했다.
고용 증가는 경기 회복이 상당히 진전된 다음에야 나타난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최근의 상황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레이&크리스마스의 존 챌린저 회장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야 고용시장이 회복된다"고 말했다. 회사들이 기존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 사업을 벌여야 채용 증가세가 눈에 보이는데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며칠 전 발표된 7월의 실업률은 6.2%로 전달의 6.4%보다 낮아졌으나 속빈 강정 꼴이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취업자 4만4천명이 또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해고자가 느는데도 실업률이 하락한 것은 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취업의사가 없으면 실업통계에서 아예 제외되기 때문인데, 7월 중 구직활동을 포기한 실업자는 95년 이후 가장 많은 55만6천명을 기록했다.
◇고용회복 왜 더딘가=지난 1일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고용 없는 회복'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90년대 긴 호황을 누리면서 불황이라는 말을 잊고 지냈던 미국 기업들이 지난 3년간 침체를 겪으면서 몹시 몸을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가 좋아진다는 느낌 정도가 아니라 확신을 가져야 채용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다.
플릿보스턴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웨인 에어스는 "기업들이 여전히 비용절감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성장률이 4.5% 정도는 돼야 고용증가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원 박사는 "성장률이 6%는 돼야 소비자들이 호전된 경기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