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日 경제회복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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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일본 경제가 조금씩이지만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금융.경제재정상은 5일 '8월 월례경제보고'를 통해 "주가가 상승하고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등 일본 경기를 둘러싼 긍정적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5개월만에 경기판단을 상향 조정했다.

이례적으로 "이제 일본 경제는 비등점에 다다랐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지난 3월의 경기 상향조정의 경우 내각부와 금융청의 의견이 엇갈렸던 것을 고려하면 실제 일 정부가 일제히 경기 전망을 상향조정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생산과 고용, 주택경기가 호전=이번 경기판단에서는 그동안 약세를 면치 못하던 생산부문이 활력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의 생산활력을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지수는 연초까지만 해도 마이너스에서 맴돌다 지난 5월 전달보다 2.6% 증가한 이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에는 이 지수가 2.7%까지 올라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생산에 활력이 붙은 것은 소비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무성이 6일 발표한 지난 6월의 세대별 가계조사에 따르면 소비지출은 세대당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소비지출 증가는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이다. 특히 주택부문 소비가 두드러졌고 자동차 구입, 통신비.외식 및 오락비의 증가도 눈에 띄었다.

이에 따라 실업률도 연초 5.5%에서 5.3%로 떨어졌으며 지난 6월 노동력조사에서는 구직자 수보다 구인자의 수가 많아졌다.

◇미 경제 회복속도가 관건=이번 일본의 경기회복이 1991년 버블 붕괴 이후 13년 동안 계속된 침체기에 종종 있었던 '반짝 회복'에 그칠지, '본격적인 회복'의 길로 갈지는 결국 미국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분기 2.4%라는 당초 예상치(0.9%)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미 경제가 앞으로 견조한 모습을 계속 이어가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사실 일 정부가 경기전망을 밝게 보는 데는 미 경제가 하반기에 3%대의 성장을 이어가고 그에 따라 일 기업의 수출이 증가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야(上野泰也)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기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국내 경기회복의 엔진이 되는 설비투자가 아직 힘이 없는 게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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