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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본-상호 양보로 타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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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특파원】제1차 석유파동 이후 일본경제가 미·유럽에 비해 착실한 성장 가도를 걸을수 있게된 배경에는 양호한 노사관계가 큰 역할을 했다.
패전후 5년간의 노사분쟁은 노조분열 뿐만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기반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격렬한 「노동자 공격형」 이었으나 그 후에는「경영자 반격형」 으로 흐름이 바뀌었으며 70년대에 들어 다시 노조가 공격적인 입장에 섰다.
그러나 60년대 후반및 70년대 경제성장기의 일본에서는 노사협의체를 통한 경영참가가 늘어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에 의하지 않고도 협의를 통해 임금인상등 처우개선이 가능하다는 의식이 강해져 노조에 대한 종업원들의 무관심이 확대되었으며 그같은 현상은 청년층에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노동쟁의건수는 74년의 1만4백62건을 최고로 점차 줄어들기 시작, 85년에는 4천8백26건, 그리고 작년에는 85년의 절반도 안돼는 2천2건으로 수그러들었다.
이런 현상은 단체교섭 보다 협의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경우가 부쩍 늘만큼 노사관계가 성숙했으며 노조 조직률 (조합에 가입한 종업원의 비율)에서 낮은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또『상호간 능력에 맞는 만큼만 요구한다』 는 문제접근 방식의 확산, 기업환경 변화, 종업원의 고령화도 분쟁을 감소시킨 원인들이다.
일본 최대의 노사분쟁은 1960년 미쓰이(삼정)광산의 미쓰이케(삼지)노조에서 발생했다. 작업조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석탄생산량이 목표치에 도달치않자 회사측이 쟁의주도 인물로 지목한 무려 2천여명을 집단 해고하자 노조측이 2백82일간에 걸쳐 『자본대 노동의 대결』 이라는 사상 최대의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때 조합원간의 집단 편싸움과 폭력단을 동원한 살인도 자행되었다.
노조측은 광부들의 가혹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위해 작업량과 임금을 평등하게 하는 노조의 자율권을 인정토록 요구했으며 경영자측은 이는 경영권의 잠식이라며 허용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사태가 악화되자 중앙노동위원회가 개입, 3차례에 걸친 중재안을 제시했으며 결국은 노조측이 집단해고를 받아들이는 참패를 겪었다. 이 시기에 국회는 해고된 종업원을 다시 취직시키기 위한 이직자 고용법을 제정했다.
72년 선원들로 구성된 전일본해원조합 (16만명)의 장기파업은 「인간성 회복을 위한 싸움」 으로 평가되는 특기할 사례다.
조선소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얇은 철판으로 배를 건조, 거대한 선박들이 항해중 두동강이 나 침몰하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 수많은 선원들이 생명을 잃었다.
이에 덧붙여 근로자들에게 낮은 임금을 주고 일체의 휴가를 인정하지 않는등 선주들의 비인간적 횡포에 항의, 장기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세계해운계의 랭킹10위안에 드는 7개일본선박회사 소유를 포함해 수많은 기선·어선·항만선의 발이 묶여 일본해상수송이 마비된 미증유의 분쟁사건이었다.
마침내 노조측의 「인간적 대우요구에 귀를 기울였던 당시 운수상이 중재에 나서 인명을 중시하는 경영과 임금인상, 민주주의적 노조운영협력체제, 1년중 3개월의 휴가일정등에 합의하는 대타협을 이루었다. 해원의 파업일수는 총92일이었다.
일본의 관·민노조의 연중 최대행사는 봄철 임금인상 투쟁을 벌이는 춘투이다. 전국 각현에 단체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 단체인 일본경제연합회(일경련)등과 임금 교섭이 시작된다.
작년과 올해의 경우 주요 기업의 임금교섭은 4월중에 93%가 원만한 타협을 이루었다. 작년에 이같은 타협에 실패, 분쟁이 일어난 케이스는 2천2건였으며 이중 1천8백86건이 노사간의 줄기찬 협상을 거쳐 해결되었다. 노사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노사스스로 타협을 이루지 못한 분쟁은 노동위원회가 개입, 중재를 했다.
노동쟁의의 형식은 대부분이 반나절 파업. 이밖에 지각·조퇴·시간외 노동거부, 숙직·일직거부등이 있다.
일본에서 노사분쟁의 기본원칙은 어디까지나 자주적 해결이며 분쟁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회적 손실에 대해 상호간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이 오랜 노사분쟁의 경험을 통해 노사간에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 덕분으로 격렬한 대립보다는 상호양보에 의한 화합의 방향으로 분쟁을 해소시키는 경향이 큰흐름을 이루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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