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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가요」 80년대들어 "양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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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80년대 문화계의 민주화 운동에서 가장 역동적 힘을 발휘한 민중예술의 하나는 「운동가요」 들이다. 70년대에 『정의가』 『흔들리지 않게』 등 몇개밖에 되지않던 운동가요는 80년대에 들어 폭발적인 양적 팽창을 보이면서 대중확보의 선도적 역할을 했다.
지난 77년부터 노래운동을 벌여온 서울대 노래모임인 「메아리」는 최근 노래책 『메아리 8집』을 퍼내면서 노래운동사를 시대적으로 구분, 80년대 노래운동을 1차적으로 분석·평가했다.
기존의 백과사전식 노래모음과는 달리 노래운동을 민족운동의 맥락속에서 분석한 이 책은 운동사의 시대구분을 ▲해방이전(광복군 석탄가·독립군가등) ▲50∼60년대(진달래·최루탄아등) ▲70년대(김민기·한대수등의 포크송등) ▲80년대(노래운동시대) 등으로 나누었다.
민주화를 지향하는 사회운동이 80년대들어 활발해짐에 따라 문화 역시하나의 「운동적 성격」을 띨수밖에 없었다. 노래운동은 이같은 추세속에서 민중문학·민중미술·마당극등과 함께 문화운동의 핵을 이루면서 주목을 끌었고 이념의 선전매체 역할을 했다.
『메아리8집』은 「노래가 이념의 선전매체임은 분명하나 이념 그 자체가 아니라 예술매체로서 고유의 특성을 갖고 있음」을 명시, 민족운동가요를 향한 노래운동의 질적 완성을 강조하고 있다.
80년대 노래운동의 현단계는 80년5월 광주항쟁과 노동운동가요의 확대·심화로 집약된다는 것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로 유명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항쟁을 내용으로 82년 발표된 노래극 『빛의 결혼식』 테이프에 수록된 창작곡으로 70년대 『아침이슬』에 이어 80년대 노래운동의 시대를 연 곡.
광주를 노래한 곡들은 이밖에 『오월의 노래I·Ⅱ』 『전진하는 오월』 『오월이야기』 등 2O여곡이 있다. 또 노동현장의 노래로는 『긴 공장의 밤/시린 어깨위로 피로가 한파처럼…』 으로 시작되는 『시다의 꿈』 을 비롯, 『저놀부 두손에 떡들고』 『미싱아 돌아가라』 등이 구전되고 있다.
운동가요의 형식은 ▲단음계의 빠른 음 진행으로 대중적 일치성이 강한 행진곡풍 ▲음폭이 크고 고전적인 화성을 위주로 하면서 리듬이 거의 없는 고전가곡·독립군가·러시아민요를 연상시키는 「힘있는 서정성」의 노래 ▲전통민요를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곡들로 나누어진다. 이밖에 유행가·군가의 가사를 바꾼 풍자적개사곡과 전태일·김세진군등의 죽음을 추모한 『벗이여 해방이 온다』 등의 노래가 있다.
행진곡풍은 가사가 관념적·추상적이고 모험주의라는 비판을, 서정적 운동가요는 낭만적이며 가사내용이 의례적이어서 일상적인 구체성이 모자란다는 지적을 각각 받고있다. 따라서 앞으로 노래운동의 방향은 민요가 안고있는 대중의 생활, 생산리듬을 소화해낸 「저항적 생활가요」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70년대 『공장의 불빛』 같은 노래극등 노래운동의 매체개발이 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운동가요는 「메아리」외에 「소리사랑」 (성대), 「한소리」 (이대), 「울림터」 (연대), 「맥박」 (서강대) 등의 학내노래패와 노동현장의 집단창작에 의해 창조되며 재생산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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