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려도 돈이 안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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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콜금리 인하 등 금리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시중엔 돈이 덜 풀려나가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가계와 기업의 자금 수요가 줄어들면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통화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시중 통화량 지표인 총유동성(M3)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6월의 9.1%에 이어 7월엔 8%대 중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M3 증가율이 8%대로 떨어진 것은 2001년 6월(8.8%) 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이다. M3 증가율은 지난해 말 이후 12~13%대를 유지해오다 올들어 계속 낮아지면서 5월(9.4%)에 9%대로 떨어졌다.

이는 한국은행이 경기 회복을 위해 지난 5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콜금리 목표를 내렸지만 전반적으로 투자와 소비가 부진해 콜금리 인하의 효과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그동안 통화증가율을 주도해왔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데다 기업들의 투자자금 수요도 여전히 부진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월 평균 5조~6조원의 증가세를 유지했던 가계대출은 대출금리 인하 추세 속에도 7월 중엔 2조3천억원 증가에 그쳐 5월(3조3천억원) 이후 3개월 연속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과 연동돼 최근 금리가 연 5%대로 떨어지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도 7월에 1조8천억원 증가에 그쳐 6월(2조원)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기업대출은 각종 세금 납부 등의 계절적 요인으로 지난달 5조1천억원이 늘었으나 대규모 투자를 주도할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1조1천억원에 머물렀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순발행액도 지난달 각각 1조3천억원, 1조7천억원씩 줄어들어 3월 이후 5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달 4조원이 늘면서 6월(2조2천억원)보다 증가세를 보였으나 대출심사 강화로 우량 중소기업에만 돈이 몰리고 나머지 기업은 대출이 억제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이처럼 시중자금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하면서 단기 부동자금으로 몰리는 현상도 점차 심화하고 있다.

6개월 미만 금융권(은행.투신.종금) 수신이 전체 수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월(47.4%), 6월(47.7%)에 이어 7월에는 48.1%(3백76조4천억원)에 달하는 등 부동산.주식 투자를 위한 단기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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