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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못 들어가요” 단호한 통제…‘유일 AI 청정 경북’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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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1일 오후 경북 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에서 비료를 가득 실은 화물차가 이동통제초소 소독시설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지난 11일 오후 경북 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에서 비료를 가득 실은 화물차가 이동통제초소 소독시설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절대 못 들어가요. 주차하고 걸어 들어가든지 직접 나와서 받아가라고 하세요.”

경주 산란계농장 방역현장 가 보니
방문객들 차 세우고 걸어서 출입
화물차·주민차량도 꼼꼼히 소독
경북도, 정부기준 두 배로 관리
농민 “초기엔 불만, 지금은 감사”

지난 11일 오후 경북 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 앞 이동통제초소에서 방문객과 방역대원의 승강이가 벌어졌다. 승용차를 타고 온 방문객이 “물건만 전해주고 오겠다”고 사정해도 방역대원은 요지부동이었다. 입씨름 끝에 결국 방문객은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전에 소독 시설도 거쳐야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농민 김선운(69)씨는 “우리 동네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얼씬도 못한다”면서 “지난달만 해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옳았다”고 말했다.

경주 희망농원은 경북 산란계 대단지 중 하나다. 20개 농가에서 43만 마리를 사육한다. AI가 기승을 부리자 이곳에도 이동통제초소가 세워졌다. 관계자나 주민이 아니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곳곳에 ‘계란상인 절대 출입금지’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비료나 톱밥을 실은 화물차와 주민 차량만이 간간이 드나들었다. 방역복을 입은 방역대원은 펌프를 들고 차량마다 소독약을 뿌렸다. 사람과 차량의 출입기록도 남겼다.

농민들은 철저한 방역으로 이곳에 AI가 유입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1만7000여 마리의 산란계를 키우고 있는 김종학(71)씨는 “시청 직원이 하루에 3~4번씩 와서 점검을 하고 간다. 농가 입장에서도 안심이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만 해도 가금농가들의 불만이 높았다. 엄격한 AI 대응으로 농가 경영에 방해가 됐던 탓이다. 특히 AI 발생 위험 지역의 가금류, 종란 등을 반입하지 못하게 한 조치는 농가들의 반발을 불렀다. 경북도 축산경영과 서재호 주무관은 “다른 지역에서 병아리를 들여와 키우는 농민들이 매일같이 항의전화를 했다”고 전했다.

AI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서도 경북은 여전히 농가 감염 사례가 없다. 육지에서 유일한 ‘AI 청정지역’이다.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신고가 접수된 이래 783개 농장 가금류 317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된 상황이어서 더욱 눈에 띈다. 경북이 AI 방어선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이 시·군 부단체장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해답이 담겨 있다. ‘AI에 대한 대응은 매우 지나치게, 매우 빠르게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경북은 지금도 정부의 긴급행동지침보다 강한 ‘지나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10만 마리 이상 산란계 농장을 특별관리하도록 한 농식품부 기준을 넘어 5만 마리 이상 농장 93곳을 특별관리하고 있다. 100마리 미만 소규모 가금농가 3344호가 기르던 3만7000여 마리도 예방적으로 살처분했다. 살처분 인력은 619명에서 4600명으로 늘렸다. 장비도 82대에서 159대로 늘렸다. 야생조류 사체·배설물에서 AI가 확인된 경산시 금호강변과 김천시 감천습지 등도 출입통제하고 있다. 야생조류 사냥이 AI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수렵활동도 금지했다.

글, 사진=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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