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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하늘이시여' 일본소설 표절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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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기가 치솟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하늘이시여'가 일본 소설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신이 버렸던 친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어머니를 그린 파격적 설정이 렌조 미키히코(連城三紀彦.58)의 단편소설 '어머니의 편지'(1984년 작.사진)와 매우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이 드라마는 '보고 또 보고''인어아가씨''왕꽃선녀님' 등의 히트작을 낸 방송작가 임성한씨의 작품이다. 방영 전부터 친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인다는 설정 때문에 '패륜 드라마'란 지적을 받았다.

일본문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본적인 설정이 거의 같다. 일본 단편소설 '어머니의 편지'는 드라마 '하늘이시여'처럼 결혼 전 사귄 남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딸을 버리고 결혼했다가 남편이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자신이 버린 친딸과 결혼시킨다는 내용이다. 친딸과 의붓아들이 서로의 관계에 대해 모른 채로 결혼하게 되는 상황도 같다.

물론 세부적인 설정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일단 소설이 단편이라 짧고 단순하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직업이 더 화려하다.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방송사 앵커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지만 소설에서는 양장점 재단사다. 친딸과 의붓아들을 둘러싼 삼각관계와 친딸이 계모에게 구박당한다는 설정도 소설에는 없다. 소설에서는 오히려 친딸을 며느리로 들인 어머니가 의심받지 않기 위해 엄한 시어머니 역할을 한다. 그러나 친딸을 버린 데 죄의식을 느끼고 딸을 찾아나서는 점, 친딸이 의붓아들과 결혼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는 주요 대목은 같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인물관계나 설정, 이야기 전개 방식이 똑같기 때문에 사실상 표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SBS 측은 표절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연출자인 이영희 PD는 "드라마는 소설과 달리 남녀 간의 순수한 사랑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방송사 측은 그동안 드라마의 파격적 설정을 강조해 왔다.

임 작가는 SBS 고위 관계자에게 "렌조 미키히코에 대해 전혀 모른다. 워낙 소재가 독특해서 나온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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